제주4·3 62주년 추념 행사

“외로운 대지의 깃발 흩날리는 이녘의 땅/어둠살 뚫고 피어난 피에 젖은 유채꽃이여/검붉은 저녁 햇살에 꽃잎 시들었어도/살 흐르는 세월에 그 향기 더욱 진하리”(‘잠들지 않는 남도’ 중)

   
 
  지난해 제주 4.3 61주년을 기념해 열린 해원상생굿  
 
슬퍼서 더 아름다운 제주의 4월은 일찌감치 시작됐다.

 ‘잠들지 않는 남도’ 제주의 4·3은 60년도 넘은 훨씬 오래된 역사이자 여전히 ‘진행형’이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제주4·3은 ‘섬’을 벗어나지 못한다. 완전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수반되지 않은 현실은 여전히 어둡고 답답하다.

그래서일까. 해마다 연분홍 벚꽃이 비가 되어 내리고 노란빛 유채가 대지를 뒤덮는 제주의 봄에 화해와 상생, 그리고 평화를 외치는 목소리는 좀처럼 작아질 기미가 없다.

4·3의 속내를 제대로 이해하고 살아있는 역사로 공감하기 위한 움직임이 4월을 빼곡이 채운다.

△이미 시작된 제주4·3

제주 4·3 62주년 추념의 흐름은 지난 주말 기독교와 불교, 원불교 등 종교계에서부터 시작됐다.

제주4·3 62주년 추념 행사의 본격적인 시작은 31일 제주시청 열린정보센터에서 열리는 4·3증언본풀이 마당이다. ㈔제주4·3연구소 주최의 이날 행사의 주제는 ‘예비검속 60주년의 역사, 고난의 시간을 말하다’. 강창옥(74·애월 하귀)·고창남(67·남원 의귀)·양신하(72·대정 무릉)씨 등 예비검속 희생자 유족들의 입으로 사건의 진실을 듣고 또 과제를 고민하게 된다.

4월 1일 오전 10시부터 제주신산공원에서는 4·3해원방사탑제가 열린다. 같은 날 오후 2시에는 4·3펴화공원에서 4·3원혼천도대제가 거행된다. 4·3원혼천도대제는 2·3일 관음사로 장소를 옮겨 계속 진행된다. 

2일에는 4·3위령제 전야제례와 도련1동·하원리의 4·3희생자 위령제 등이 섬 곳곳에서 진행된다.

그리고 3일 오전 11시부터 제주4·3평화공원에서 제주4·3희생자 위령제가 봉행된다. 위령제는 같은 날 행원리와 동회천에서도 열려 이데올로기 갈등 속에 비극적으로 숨져간 원혼들과 한 울음을 운다.

   
 
   
 
△‘4·3ing’ 공감과 이해로

진행형인 4·3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공감대 형성을 위한 움직임도 활발하게 진행된다.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제주도지회를 주축으로 진행되는 ‘제17회 4·3문화예술축전’는 도민은 물론 관심있는 모두의 참여 유도를 전제로 4월 전체를 ‘4·3주간’으로 꾸린다.

‘침묵을 흔들어 평화의 너울로’라는 캐치프레이즈는 4·3에 대한 긍정적 해석으로 섬의 역사 이상을 유도하려는 의지를 담고 있다.

4월 1일 개막되는 4·3미술제(~30일)와 시화전(~12월31일), 2일 시작되는 4·3사진전(~7일)은 각각의 시선에서 읽어낸 4·3으로 소통을 시도한다.

이를 위해 작가들은 4·3을 경험했거나 4·3으로 가족을 잃은 유족과 만나고 질곡의 역사에 대한 반성과 평화를 향한 꿈을 ‘까마귀’를 통해 찾았다.

2일 제주특별자치도문예회관 앞마당에서는 ‘4·3 62주년 전야제-겨울, 봄날을 향한 그리움’이 펼쳐진다. 제주 4·3희생자 유족회의 청신·영신 퍼포먼스 ‘꽃비행렬’과 100명의 시민합창단이 부르는 ‘애기동백꽃의 노래’ 평화대합창 등 도민들이 직접 참여 주체로 행사를 꾸리게 된다.

3일 같은 장소에서는 4·3의 미래를 책임질 청소년들의 평화축제가 열린다. ‘친구를 위한 진혼곡’주제의 무언극 등 모든 프로그램을 청소년들이 만들고 또 공감하게 된다.

2~4일 진행될 4·3체험마당에서는 4·3당시 목숨을 구하기 위해 은거했던 움집과 함바집, 트 등과 믈릇밥·밀쭈시 등 생존을 위해 먹었던 음식들로 힘겨웠던 ‘그때’를 되살린다.

3·4일 이틀간 제주도문예회관 소극장에서는 놀이패 한라산의 ‘사월굿-백조일손’이 펼쳐진다.

   
 
   
 
   
 
   
 
△잠들지 않는 4·3, 그리고

‘그 날’이 지났다고 4·3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4일 하루만 제주작가회의의 4·3문화기행과 4·3도민연대의 4·3역사순례, 민주노총제주본부의 4·3유적지 순례 등 세 개의 순례행사가 진행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주지부는 10일까지를 ‘4·3 교육주간’으로 정하고 도내 초·중학교에서 4·3공동 수업을 진행한다. 10일에는 제주시와 서귀포시 권역으로 나눠 교사·학생·학부모·예비교사를 대상으로 한 4·3기행을 준비했다.

9~10일 이틀에 걸쳐 펼쳐지는 ‘4·3평화음악제-○○씨, 평화를 부르다’에는 제주는 물론 국내·외 음악단체 14개 팀이 ‘평화’라는 공통된 주제를 음악을 통해 풀어낸다.

올해로 12번째인 찾아가는 위령제-해원상생굿은 세계자연유산 등재로 더 알려진 성산일출봉 인근에서 펼쳐진다.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 이면에 성산·구좌지역 주민의 한 맺힘과 억울하게 스러져간 생명, 그 아픔을 돌아보는 것으로 4·3의 해묵은 상처 치유와 상생을 고민하게 된다.

11일에는 제주4·3연구소가 마련한 ‘역사의 길 평화의 길-4·3과 길’이 모슬포 지역에서 전개된다.

17일에는 4·3역사문화아카데미와 4·3소리굿이 4·3에 대한 흔적을 이어간다.

23일부터 25일까지 4월의 마지막 주말에는 ‘생명의 호흡, 평화의 몸짓‘주제의 4·3마당극제가 바통을 이어받는다. 전체 출연진이 참여하는 여는 굿 ‘생명살림 굿’을 시작으로 국내·외 9개 팀이 참가, 진정한 해원·상생의 난장을 연다.

24일에는 또 어린이 제주역사교실이 마련됐다. 25·26일에는 일본 오사카와 도쿄에서 각각 재일본 4·3희생자위령제와 제주4·3사건의 기억과 진실-4·3 62주년 추모집회가 열려 아픔의 역사를 공감하고 미래를 위해 생각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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