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6월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 국내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당시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의 빼어난 경관적 가치는 물론 독특한 지질학적 환경을 그대로 인정했다.

천혜의 제주자연이 제주만의 것이 아니라 세계인류가 공유해야 할 공동의 유산임을 공식 확인한 셈이다.

특히 1994년 세계유산등재사업에 뛰어든 뒤 14년만에 이뤄낸 쾌거인데다, 전 도민의 땀과 염원이 담긴 값진 성과였다.

그런데 최근 제주시 어음2리 재해위험지구 정비사업 추진과정을 보면 실망감이 들 정도다.

천연기념물 제342호로 지정된 빌레못동굴과 불과 380m 떨어진 지점에서 천연동굴이 발견됐지만 수개월간 별다른 조사나 안전조치는 이뤄지지 못했다.

결국 공사를 강행하다 160m가 넘는 천연동굴이 추가로 발견돼서야 공사를 중단, 고심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을 뿐이다.

행정 스스로 제주의 자연유산인 천연동굴의 가치를 떨어뜨린 결과라는 지적이다.

천연동굴이 연이어 발견되는 상황을 지켜보는 일부 주민들도 어음2리를 ‘동굴마을’로 지정해 관광자원화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지만 행정은 여전히 개발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재해위험지구 정비사업도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사업이기는 하지만 한번 훼손된 자연유산을 복구하기가 더욱 힘든 게 현실이다.

제주의 화산섬과 용암동굴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시키기 위해 행정과 도민이 기울였던 노력을 돌이켜보는 시간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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