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도시공동체 쿠키 대표, 제주대 건축학과 강사 이승택

최근 빈집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특정 사건으로 인해 관심을 끌게 되었지만 사실 빈집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닙니다. 마을에서 빈집은 범죄가 이루어지는 장소로서 사회문제이기도 하고, 경제활동이 이루어지지 않아 부동산 가격을 떨어뜨리는 경제문제이면서, 오랫동안 유지되어 왔던 주택이나 건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해 도시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이런 여러 문제를 가지고 있는 빈집은 부동산 소유주로서도, 인근 거주자의 입장에서도 뜨거운 감자인 것입니다.

부동산 소유주의 입장에서는 빈집으로 있게 될 경우 가치 하락으로 경제적 손실을 가져오게 되어 팔고는 싶지만 부동산 가격이 낮아져 팔기가 쉽지 않다보니 악순환이 계속되며, 인근 주민의 입장에서는 범죄에 대한 위험요소로서, 또한 인근 부동산 가격까지 하락하게 만들기 때문에 빈집으로 두는 것에 대해 반감을 가지게 됩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최근 경찰에서는 순찰을 강화하여 범죄를 사전에 예방하려 하지만 미봉책이며 임시방편에 불과한 상황이며, 지자체에서는 철거를 하거나, 철거한 땅에 주차장을 설치하는 등의 조치를 하고 있지만 기존 주택이 있던 자리를 비우거나, 그 자리에 주차장을 만드는 것은 도시계획적인 차원에서 도시 활성화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도시 기능을 약화시키는 하책에 불과합니다.

빈집이나 빈 건물은 도시계획의 흐름 안에서 오랜 기간 동안 도시를 활발하게 만드는 요소였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그대로의 역할을 유지해주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빈집은 주거로, 빈 건물은 상업적, 업무적인 용도 그대로 이용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기에, 빈집이나 빈건물을 창작자들의 공간으로 제공해주는 프로젝트가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많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최근 아시아문화중심도시로 떠오르는 광주광역시는 엄청난 돈을 투자하여 전국의 많은 작가들을 광주로 향하게 하고 있는 반면에, 제주는 천혜의 조건 덕분에 작가들이 스스로 오고 싶어오는 곳이어서 약간의 투자만 이루어지게 되면 타 지역대비 수십 수백억원의 효과를 볼 수 있는 상황입니다.

빈집이나 빈건물을 창작자들에게 제공해주는 프로젝트는 서울, 부산, 광주 등 다양한 곳에서 펼쳐지면서 지역 활성화에 이바지하고 있으며 제주도에서는 서귀포시의 문화도시공동체 쿠키에서 민간 주도로 '예술인집 레지던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으며, 제주시에서는 지자체와 민간이 손을 잡고 코리아극장을 활용하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시작단계로 많은 관심이 필요합니다. 빈집이나 빈건물은 이제 소유주의 문제만이 아닌 공동체와 마을, 도시의 문제로 인식되어져야 하며, 창조적인 문제해결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문화도시공동체 쿠키 대표, 제주대 건축학과 강사 이승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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