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결정 희생자 폭도 매도…진상규명·명예회복 뒤집기 혈안
헌소 청구인 명의 상당수 허위 기재…유족 "두번 죽이는 행위"

제주4·3 62주년 과제와 전망 (2)위기의 제주4·3특별법

지난 2000년 1월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하 4·3특별법) 제정후 10년간 이뤄진 진상조사보고서 확정, 대통령 사과 등은 수십년간 묻혀졌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시작점이다. 제주4·3이 완성되지 않은 역사인 탓에 최근에는 보수우익세력을 중심으로 4·3역사를 왜곡시키는 행동와 망언이 잇따르면서 희생자·유족들에게 또다시 큰 상처를 안기고 있다.

△역사왜곡 행위 노골화
4·3 특별법 무력화는 이승만 전 대통령 양자인 이인수씨와 4·3 진압작전에 참여한 예비역장성모임인 '성우회', 국가정체성회복국민협의회, 4·3희생자 1만564명 모두를 '폭도'로 매도한 이선교 목사(서울 백운교회) 등 보수우익세력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국무총리가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제주4·3중앙위원회가 심사결정한 희생자 1만3564명중 수형자 1540명을 폭도로, 4·3특별법을 위헌이라고 주장하면서 헌법소원을 계속 제기하고 있다.
예비역장성모임인 '성우회'는 지난 2000년 4·3특별법 제정·공포 직후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성우회는 또 지난 2004년 4·3특별법에 따라 발간한 4·3진상조사보고서 및 이를 토대로 제주도민에 대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공식사과 행위를 취소하는 헌법소원을 제기했지만 각하됐다.
헌재가 이처럼 4·3역사 왜곡행위에 잇따라 제동을 걸었지만 보수우익세력은 지난해 3월부터 또다시 4·3역사 왜곡행위를 멈추지 않는 등 희생자·유족을 두번 죽이는 정신적 학살행위를 노골화하고 있다.
보수우익세력이 지금까지 국가(4·3중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4·3 관련 소송은 헌법소원 2건, 행정소송 2건, 국가소송 2건 등 6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지난해 5월 4·3진상조사보고서 출판·판매·배포 금지를 내용으로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한 국가소송은 같은해 10월29일 기각결정으로 종결됐다.
이에 앞선 4월 '제주4·3중앙위원회가 결정한 희생자 1만3564명중 20명은 무효'라며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한 행정소송도 각하결정이 내려졌지만 항소, 진행중이다.
또 국가정체성회복국민협의회외 146명, 이선교 서울 백운교회 목사외 11명이 청구한 4·3특별법 위헌 소송 2건도 심리가 이뤄지고 있다.

△어린이·노인까지 폭도로 매도
보수우익세력의 4·3역사 왜곡·망언은 여·야 합의로 제정된 제주4·3특별법을 무력화, 정부 차원의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 성과를 송두리째 뒤엎음으로써 진실을 은폐하려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특히 이선교 목사는 제주4·3특별법에 의해 진행된 4·3평화공원을 '폭도공원', 4·3진상조사보고서를 '가짜보고서'로 매도하는 등 4·3역사 왜곡을 서슴지 않고 있다.
게다가 이 목사는 지난 2008년 7월 4·3중앙위원회에서 결정한 희생자 1만3564명 전원을 폭도로 매도, 제주4·3유족회로의 반발을 사고 있다.
4·3유족회는 당시 제주지방법원에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통해 "10세 미만 어린이 희생자와 60~70대 이상 노인 희생자의 유족을 위주로 100명이 원고가 되어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4·3유족회 관계자는 "부질 없는 논쟁을 피하기 위해 4·3 당시 아무런 이유를 모른채 희생된 10세 미만 어린이와 60~70대 이상 노인으로 원고를 구성했다"며 "이 목사가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을 우려, 2009년부터 보수우익세력과 함께 헌법소원 등 소송을 잇따라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헌소를 제기한 이 목사 및 보수우익세력은 허위로 청구인의 명의를 기재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관련기사 4면>
제주4·3유족회의 확인 결과 지난해 3월 국가정체성회복국민협의회 등 147명이 제기한 헌소(2009헌마146)의 청구인 147명중 130명은 허위로 명의를 도용당한 제주도민으로 나타났다.
명의를 도용당한 강태숙 남원읍 전몰군경유족회장은 31일 제민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4·3피해자 가족의 도장을 위조하면서까지 4·3을 왜곡하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며 "진실을 밝히기 위해 '도장 위조'사실을 고소했다"며 보수우익단체의 역사왜곡 중단을 요구했다. 박훈석 기자 hspark@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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