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친구를 위한 진혼곡’ 주제 제3회 청소년평화마당
절박했던 그날로 돌아가다…3·4일 의식주 체험 마당

“1948년 4월 3일. 그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나는 잘 모릅니다. 하지만 자유와 희망의 날개가 꺾인채 아무 이유없이 죽어가야했던 사람들. 오늘 그들의 억울한 죽음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

어린 소녀의 내레이션으로 무언극이 시작된다. 술래잡기를 하던 한 무리의 아이들이 뭔가에 쫓기다 안타깝게 쓰러지고, 오랜 시간이 흘러 오늘을 사는 아이들이 술래잡기하다 그날을 기억한다.

   
 
  ▲ 무언극 연습장면  
 
3일 오후 1시부터 제주특별자치도문예회관 앞마당에서 ‘친구를 위한 진혼곡’주제의 제3회 청소년 평화마당이 열린다.

제17회 4·3문화예술축전 중에서 유난히 공을 들인 행사다.

4·3을 경험하지 못한 전후 세대, 특히 10대 청소년들에게 4·3을 알리고 또 어떻게 이해해야하는가의 숙제를 던지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제주YWCA청소년 방과후 아카데미가 꾸리는 격식 없이 즐기는 ‘프린지(Fringe)’ 형태의 무언극이 행사의 시작을 알린다.

이어 대안학교 문화교육 ‘들살이’의 리코더 합주와 해금연주, 어린이민요단 소리나라의 국악동요와 함께 하는 4·3, 애월초등학교 더럭분교의 ‘승무북가락’, 중앙여고의 국악앙상블 ‘천년학’, 제주중학교의 하모니카 연주 등 대부분의 행사를 아이들이 직접 꾸민다.

프로젝트 뽐의 연극 ‘밤이 되면 뒷산에 귀신이 나온다’와 제주대와 중앙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하는 대학생들이 마련한 ‘나우시카의 진혼곡’ 등 연주, 생명·평화 포크가수 인디언 수니의 무대까지 눈을 뗄 수가 없다.

특히 소설 ‘똥깅이’의 작가 현기영씨와 삽화를 그린 만화가 박재동씨와의 만남의 자리는 무대와 객석이 함께 만드는 자리로 관심을 끈다.

평화의 씨앗 나누기와 비눗방울로 그리는 평화, 애니메이션 ‘송아지’상영, 평화로운 햇살에 물들다(염색 체험) 등의 체험이 기다린다.

4·3당시 도민들의 힘겨운 일상을 체험하는 자리도 마련된다.

3~4일 이틀간 도문예회간 앞마당에 마련된 의식주체험 한마당에는 살기 위해 산 속으로 숨어들었던 도민들이 은거했던 움집과 함바집, 트 등이 복원돼 당시의 급박함과 절박함을 보여준다. 또 믈릇밥·밀쭈시 등 단순히 굶주림을 덜기 위해 먹었던 음식을 먹어보는 것으로 그날을 기억하게 된다.

무언극 연습 중에 만난 중학교 1학년 손주영양(13)은 “슬프고 안타깝게 죽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또래들에게 알려주고 싶다”며 “감정이 이입돼 몇번이나 눈물이 날 뻔했다”고 말했다.

이 소녀가 말하고 싶은 4·3과 희망을 향한 메시지를 현장에서 확인해 볼 일이다.

   
 
  ▲ 무언극 연습장면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