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파이낸셜타임스...'韓정부의 은폐 의혹과 국민적 불신' 지적

   
 
   
 
"한국인들은 그들의 정부를 진짜 '괴물'로 여기고 있다(South Koreans see their state as the real monster)"

천안함 침몰 사고의 원인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영국의 경제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1일(현지시간) 한국 정부의 부실한 대응을 영화 '괴물'에 비유해 강도높게 비판하는 칼럼을 게재했다.

신문은 2006년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영화 '괴물'에서 진짜 악당은 겁에 질리고 슬픔에 잠긴 사람들을 잘못 이끈 어리석은(heavy-handed) 한국 정부 그 자체였다면서, 정부 당국은 괴물의 공격에서 살아 돌아온 사람들을 아무런 설명도 없이 세균전 방호복을 입혀 집단 격리했으며, 분노한 시민들은 정부로부터 어떤 도움이나 답변도 듣지 못했다고 소개했다.

즉, 현재 천안함 실종자 가족들이 처한 상황이 영화 '괴물'에서처럼 정부로부터 제대로 된 설명이나 정보를 제공받지 못한 채 격리(?)됐다는 것.

FT는 물론 "영화 '괴물'속의 한국 정부는 가상적인 것이고 실제 한국은 군사독재 정권이 종식된 뒤 발전을 거듭해왔으며, 지난 2000년 잠수함 침몰사고 당시 피하주사(hypodermic syringes)로 실종자들의 가족들을 진정시켰던 러시아와는 다르다"고 전제를 달았다.

그러나 신문은 "22년의 한국 민주주의는 여전히 정부와 국민 사이의 신뢰를 구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천안함 사고와 관련해) 최근 일련의 상황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특히 46명이 실종된 천안함 침몰사고 이후 실종 장병 가족들은 과연 천안함이 항해하기 적합한 상황이었는 지 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지만 군 당국은 자신들을 성가신 적(敵)처럼 취급했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다만 실종자 구조 활동과 사고 원인 분석이 매우 어려운 작업으로 한국 정부의 처지를 이해할 수는 있지만, 실종자 가족들은 정부의 섬뜩한 소통방식에 대해 군사독재 정권의 본능이 다시 재현된 것처럼 느끼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편 신문은 한국인들이 이토록 분노하고 정부의 은폐 의혹을 제기하는 이유는 한국의 '정보 유통 방식'과 무관치 않다면서 몇가지 사례를 적시했다.

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한국 정부는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개방 반대와 같은 촛불시위를 우려해수 만명의 전경들을 서울 시내에 배치했지만 이는 "우리는 국민들을 믿지 않는다"는 자극적인 메시지가 됐고, 결국 슬픔은 곧바로 분노로 바뀌게 됐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또 한국 정부와 재벌들은 무비판적인 언론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비위에 거슬리는 이슈들이 사이버 공간에서 토론되는 것을 막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아직도 북한의 웹사이트에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삼성그룹의 내부문제를 고발한 전 법무팀장의 저서가 베스트셀러가 됐지만 광고수입을 재벌에 의존하고 있는 신문과 방송들이 서평이나 홍보를 거부했고, 이 책은 트위터를 통해 일반 대중들에게 알려지게 됐다고 덧붙였다.

반면 금융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이건희 회장은 특별사면되면서 서민들 사이에서는 '힘 없으면 감옥에 간다'는 불만이 제기되는 등 이런 사례들로 인해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에서는 정부와 주류 언론에 대한 냉소주의가 만연하면서 인터넷 공간이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장이 되고 있으며, 이에 맞서 한국 정부는 금융문제를 제기한 인터넷 블로거를 체포하기도 했다면서 정보를 둘러싼 한국내부의 갈등을 소개했다.

FT는 끝으로 "한국 정부가 부패와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소통적 논쟁을 성난 트위터 사용자들로부터 떼어내 주류 언론에서만 다뤄지도록 하는 것은 한국 민주주의의 가장 큰 도전"이라면서 "이런 일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정부 당국은 음모론에 시달리고 정부를 불신하는 대중들의 분노는 계속되는 양극화된 민주주의 국가로 한국은 남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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