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62주기 전야제…재일 김시종 시인 육성시와 수화 낭독에 참가자들 ‘술렁’
일곱 번째 자진 참가 재일 한국인 2세 가수 이정미씨 등 지역 초월 공감대 형성
2일 오후 4·3평화공원서 4·3위령제 전야제례

   
 
  ▲ ‘겨울, 봄날을 향한 그리움’주제의 4·3 62주기 전야제가 2일 제주특별자치도도 문예회관 앞마당에서 열렸다. 4·3유족회의 꽃비 행렬 ‘청신·영신 퍼포먼스’로 열린 난장에서 그리움-만남-봄날 3개 주제의 프로그램이 펼쳐졌다. 4·3 62주기 추념 행사는 3일 4·3위령제 등 4월 매 주말 도 일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김대생 기자  
 
그 날의 비극은 잊을 수 없지만 희망에 대한 바람만은 지켜야 한다. 하늘 역시 그런 도민들의 염원을 읽어낸 듯 한 울음을 접고 가슴을 열었다.

호우주의보까지 내렸던 전날의 흔적은 오간 데 없이 ‘겨울, 봄날을 향한 그리움’주제로 열린 4·3 62주기 전야제가 열린 2일 도 문예회관 앞마당은 의미 있는 술렁거림으로 가득 채워졌다.

잠깐의 정적 뒤 세월을 담은 듯 묵직한 목소리가 스피커를 탄다. 제주 출신 재일 한국인 시인 김시종씨(81)의 육성이다.

“…내 자란 마을이 참혹했던 때/통곡이 겹겹이 가라앉은 그 때/…상처 입은 제주/보금자리 고향 내버리고/제 혼자 연명한/비겁한 사나이/四·三 이래 六十여년/골수에 박힌 주문이 되어/날마다 밤마다/중얼거려온 한가지 소망/잠드시라…”

   
 
  ▲ 제주43 62주기 "겨울, 봄날을 향한 그리움"을 주제로한 전야제가 2일 저녁 6시 30분 제주문예회관 특설무대에서 열린 가운데 일본 간사이지방 제주43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한라산회 회원 30명이 오키나와에서 보내는 '동북아평화연대메세지'를 낭독하고 있다. 김대생 기자  
 
제주 시인이 낭독할 예정이던 ‘사월이여, 먼 날이여’가 팔순을 넘긴 노시인의 육성으로 바다 건너 행사장에 울려 퍼졌다. 무대에서는 수화낭독으로 김 시인의 뜻을 전달했다.

강요당했던 역사를 풀어내고 긍정으로 풀어내는 데는 ‘특별함’보다 ‘함께 함’이 특효약이었다.

전야제 계획이 세워지기 전부터 참여의사를 전했던 재일 한국인 2세 가수이자 작곡가인 이정미씨(52)에게 이번 행사는 처음 제주에서 노래했던 2003년 4월과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지난해 개인적인 사정으로 4·3행사에 참여하지 못했던 것이 못내 가슴에 걸렸던 있는 이씨는 올해 자신의 뜻을 이해하고 4·3을 알고 싶어하는 재일 한국인과 일본인들로 4·3순례팀을 만들어 제주에 오려고 했다. 아쉽지만 여덟 번째 참가는 그들과 동행할 계획이다.

이씨는 “홍보가 생각보다 늦어져 이번은 사전답사 형태로 2명이 동행했다”며 “역사적인 슬픔이 있는 날이 점점 잊혀지는 것 같아 안타깝지만 앞으로는 희망을 이야기 할 수 있는 날로 기억되기 바란다”고 전했다.

올해 12살 전해리 어린이(문화교육 들살이)에게도 이 날의 의미는 남다르다. “처음에는 떨리는 마음으로 무대에 오르는 것이 전부였다”며 “어른들이 흔히 해주는 얘기는 아니지만 제주의 역사를 알고 생각할 수 있어 의미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4·3희생자유족회는 이날 오후2시30분부터 제주4·3평화공원 위령제단에서 제62주년 4·3 희생자 전야 제례를 봉행했다.

전야 제례에는 4·3유족회 관계자와 유족 외에도 일본 간사이 지방 제주 4.3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한라산회 회원 30여명이 참가해 분향했다.

홍성수 제주4·3희생자 유족회장은 “아직도 4·3을 왜곡하려는 세력들이 남아있고 정부차원의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 작업이 더디기만 하다”며 “역사의 진실은 누구도 짓밟을 수 없는 만큼 4·3의 진실성과 평화·인권의 소중함이 후세에도 전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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