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제주시 봉개동 4·3평화공원서 제62주년 제주 4·3사건 희생자 위령제 봉행

제62주년 제주4·3사건희생자위령제가 3일 오전 11시 제주시 봉개동 4·3평화공원에서 권태신 국무총리실장,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 정세균 민주당 대표,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이영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처리위원장, 김태환 제주특별자치도지사, 김용하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장 등 각계인사와 도내·외 유족 등 1만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엄숙하게 봉행됐다.

이날 장정언 위령제 봉행집행위원장(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은 고유문을 통해 “흘러간 물을 되도릴 수 없듯이 지난버리 과거를 되도릴 수는 없지만, 저희들은 제주 4·3의 교훈을 평화로운 공동체의 미래를 여는 자양분으로 삼을 것”이라며 “그리하여 마침내 절망과 분노, 갈등의 차가운 바람을 이겨내고, 화해와 상생, 그리고 평화의 바람이 넘실대는 따사로운 봄빛 완연하 세상을 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권태신 국무총리실장은 정운찬 국무총리 명의의 추도사 대독을 통해 “62년 전 오늘 이곳 제주도에서 일어난 비극은 제주도민은 물론 우리 국민 모두의 가슴에 커다란 응어리를 남겨 놓았다”며 “그 어떤 위로의 말씀을 드린들 깊고 큰 상처와 아픔을 달래드릴 수 있겠냐”며 유감의 뜻을 전했다.

이어 권 실장은 “무고하게 희생당하신 분들의 한 맺힌 절규와 한숨소리가 들려오는 듯 하다”며 “삼가 머리 숙여 가신 분들의 명복을 빈다”고 4·3 영령들의 명복을 빌었다.

또 권 실장은 “정부는 희생자들의 억울한 죽음이 잊혀지지 않도록, 그 정신을 기리고 계승하는 일에 힘쓰고 있고, 4·3사건의 역사적 교훈을 승화시켜 ‘평화와 인권’이라는 인류보편의 가치를 확산시키는 데 더욱 노력하겠다”며 “물론 유가족과 제주도민들께서 느끼기에는 미흡한 부분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정부는 앞으로도 4·3의 진실을 밝히고 가신 님들의 넋을 기리는 일에 나름의 열과 성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와 함께 김태환 제주도지사는 주제사를 통해 “제주4·3특별법이 제정·공포된 지 10주년을 맞이하면서, 비로서 역사의 진실이 밝혀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 불행한 사건인 4·3을 화해와 상생의 정신으로 극복해 평화와 인권의 소중한 가치로 확산시켜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 지사는 “제주도민은 4·3의 피해자로 처절한 고통을 겪었다”며 “국민 모두가 불편한 진실이라고 애써 외면해 화해와 상생을 염원하는 제주도민의 뜻을 저버리지 말고, 4·3의 진실을 끌어안아 달라”고 호소했다.

또 김용하 도의회 의장도 추모사를 통해 “4·3의 현실은 날씨만큼 변덕스럽다”며 “4·3 완전해결을 위해 우리 도민들의 열정과 헌신이 다시 한번 필요한 시기, 오늘 위령제에서 모아진 뜨거운 열기로 4·3완전해결의 실마리가 풀리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또 “정부의 4·3평화재단에 대한 기금지원 문제가 시급히 해결돼야 제 기능을 다하게 될 것이며, 추가 신고된 희생자 결정도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한다”며 “또한 유족들이 원하는 국가 추념일 지정도 필요하며, 국사 교과서 개정 움직임도 우리 도민의 뜻을 충분히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정부의 노력을 주문했다.

홍성수 제주4·3유족회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매년 4·3이 되면 구천을 떠도는 영령들에게 국화 한 송이를 바치고 있지만, 맺힌 한과 슬픔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유족들의 슬픔을 전달했다.

또 홍 회장은 “4·3의 진실은 거스를 수 없는 역사가 되고 있지만, 우리 소망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수구세력들이 요지부동으로 음모를 벌이고 있으며, 이들 음모가 이뤄지면 4·3을 또 한번 죽이는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역사는 정의의 강물이 되어 흘러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날 당초 위령제 참석 예정이었던 정운찬 국무총리가 지난 2일 저녁 갑자기 참석을 취소한 것과 관련 일부 4·3유족들과 4·3청년회 회원들은 정 총리를 대신해 참석한 권태신 국무총리실장에게 강하게 유감의 뜻을 전달했다.

한편 이날 4.3평화공원을 찾은 유족과 도민들은 4·3 영령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헌화 및 분향하고, 4·3평화기념관과 희생자 각명비, 행방불명인 개인표석 등을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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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50분께 4·3평화공원에 도착한 권태신 국무총리실장이 도착하자, 기다리고 있던 일부 유족들과 4·3청년회 회원 등이 권 실장 앞을 가로막은 채 정 총리의 불참에 대해 강하게 항의했다.
유족들은 “4·3 유족들과 도민들에게 약속해 놓고 갑자기 참석하지 않는게 말이 되냐”며 “정부가 4·3에 대해 신경 써주는 게 뭐가 있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 과정에서 김태환 제주도지사가 유족과 도민들의 뜻을 국무총리에게 전달하겟다며 자제해 달라고 요청, 겨우 권 실장이 위령제에 참석했다.

유족들은 “한주호 준위의 영결식도 물론 중요하지만, 4·3 유족과 도민과의 약속도 중요하다”며 “특히 영결식이 미리 예정된 상황에서, 2일 밤이 되서 불참을 통보하는 것은 유족과 도민들을 무시하는 것 아니냐”고 성토했다.

또 “너무 화가 내 권 실장의 위령제 참석을 막으려고 했지만, 김 지사가 대신 총리에게 뜻을 전달한다고 하니 참는다”며 “이명박 정권 들어 4·3 홀대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고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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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 인사들 대거 참석,
여야 지도부 제주 총출동.

오늘은 4월3일이다. 제주4·3 62주기를 맞은 날이다.
유족들과 여러분들과 영령들의 억울함 죽음 앞에 향을 사른다. 구천을 떠도는 영령들에게
국화 한 송이를 바치고 있지만, 맺힌 한과 슬픔은 사라지지 않는다.

기억하지 못한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했다. 4·3의 진실은 거스를 수 없는 역사가 됐다
우리 소망에 찬 물을 끼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수구세력들이 요지부동이다. 이들의 음모가 이뤄지는 것은 43을 또한번 죽이는 일이다. 역사는 정의의 강물이 되어 흘러 갈 것이다.

하룻밤사이에 국무총리가 못오는 것에 대해 안스럽고, 항의를 많이 받았다.
권 실장님께 당부드리다. 총리님이 만나면 유족들이 한맺힌 이야기를 전달해 달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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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최근 수구 세력들이 중심으로 4·3특별법 헌법소원과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한나라당이 4·3특별법 개악에 나서는 등 4·3왜곡행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열린 이날 위령제는 그 어느 때보다 엄숙하고 긴장된 분위기로 진행됐다.

 

이날 위령제에 앞서 오전 10시에는 제주4·3평화공원 위령탑 주변에 설치한 각명비 제막식이 열렸다.

 각명비에는 정부가 4·3희생자로 결정한 1만3546명의 성명·성별·연령 및 사망 일시·장소 등이 읍·면·동 단위로 기록돼 있으며, 일부 유족들은 각명비에 새겨진 희생자들의 이름을 어루만지면서 오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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