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현장] 4·3도민연대 역사 순례

   
 
  4일 열린 4.3도민연대의 조천 선흘일대 4.3유적 순례행사 참가자들이 팽나무 아래서 당시의 사건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다훈이(삼성초 6년)와 지훈이(삼성초 4년)가 아빠 손을 놓고 커다란 나무로 달려갔다.

고개를 들어 올려봐야 할 만큼 커다란 팽나무의 절반이 불에 탔고 절반은 풍성한 잎사귀를 가진 모습이 신기했던 모양이다. 

4·3 당시 제주시 선흘리 온마을이 초토화되면서 그 불길이 옮겨붙어 '불카분 낭(불타버린 나무)'이 됐다는 설명을 듣자 다훈이와 지훈이는 나무를 쓰다듬으며 "이곳 저곳 걸어다니느라 다리가 조금 아프지만 책으로 보던 것보다 휠씬 생생하다. 마을 주민들이 너무 힘들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이하 4·3도민연대)가 4일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일대 4·3유적 순례 행사를 가졌다. 이날 행사는 수많은 주민들이 희생된 벤뱅듸굴이 있는 알바매기 오름 등반을 시작으로 불카분 낭, 낙선동 4·3성, 와산 종남마을로 순례가 이어졌다.

이날 행사에는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부터 엄마에게 업힌 아이까지 다양한 연령대 70여명이 참가했다.

매년 4·3순례에 참가했다는 문인봉 할아버지(75)는 "4·3 이야기를 하려면 2박3일도 모자라다. 우리 아버지도 4·3때 총살당했다"며 "살기 위해 산에 올라간 사람들을 빨갱이로 몰아 죽였다. 정말 죽지 못해 살았다"고 증언했다.

4·3으로 누나 2명과 사촌형을 잃었다는 김영안 할아버지(72) 역시 "당시 끔직한 광경을 너무 많이 봤다"며 "근데 요즘 젊은 사람들은 4·3을 너무 모른다. 이같은 행사에 참가해서라도 많이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부모들과 아이들은 지난날의 슬픈 역사를 직접 눈으로 보고 느끼며 4·3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행사에 참가한 조영란씨(38·여)는 "아이들 뿐만 아니라 저 역시 4·3에 대해 잘 몰랐었다"며 "역사의 현장을 보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게 큰 교육이 될 것 같다. 매년 참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4·3도민연대 양동윤 대표는 "아직 도내 학교 등에서 4·3교육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봄에만 하던 역사 순례를 지난해부터 1년에 2차례 실시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4·3의 슬픈 역사를 잊지 말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김동은 기자 kde@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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