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자왈 아이들의 민다나오 평화여행 ⑨

   
 
  ▲ 곶자왈 아이들은 평화의 마을 '송코'에서 6일을 지내며 평화의 마음, 평화의 삶을 보고 느꼈다.  
 
- 평화의 부족 '딸란디그'

  # 소수부족 희망의 본보기

  까미귄 섬에 이어 민다나오 평화여행의 두 번째 방문 지역은 부키드넌주의 산간마을 송코이다. 이곳은 가톨릭 정부군과 무슬림 반군 사이의 오랜 갈등으로 3년에 한 번씩 싸움이 일어나는 분쟁지역이다. 게다가 다국적 기업의 대규모 농장이 부족의 땅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고, 정부와 관광개발업자들은 마을 가까이에 대규모 고급 관광단지를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원주민 공동체를 다시 세우고, 사라져 가던 전통문화를 다시 되살려낸 평화의 부족이 바로 딸란디그 부족이다. 그들의 존재와 일구어낸 성과는 민다나오와 필리핀뿐만이 아니라 세계 소수부족의 인권과 문화에 대한 희망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고 한다.

  # 소박하고 평화로운 공동체

  딸란디그 부족이 사는 송코 마을에는 호텔은커녕 그 흔한 음식점조차 찾아볼 수가 없다. 세계 곳곳에서 여행자들이 찾는 곳이기도 하지만 마을은 정말 소박하고 평화롭다. 밭을 일구고 옷감을 짜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악기를 만들고 연주하고, 그림을 그리며 그렇게 살아간다. 귀한 손님이 마을을 찾을 때면 부족의 전통 옷을 입고 환영 행사를 베풀어서 밤이 깊도록 서로 노래하고 춤을 추고 연주를 한다. 여행자들에게 일부러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니라 그게 바로 그들의 일상이다. 딸란디그 공동체의 삶이다.

   
 
  ▲ 민다나오를 넘어 필리핀과 세계 소수부족의 본보기가 되고 있는 딸란디그 부족 마을의 들머리  
 
  # 위기의 부족을 살려내다

  지금은 민다나오 소수부족의 희망의 본보기가 되고 있지만 30여 년 전만 하더라도 딸란디그 부족 역시 민다나오의 여느 부족들처럼 해체될 위기에 처해 있었다. 주말이면 마을 광장에서 록 음악과 콜라와 술이 나뒹구는 파티가 열리고, 아이들은 부족의 언어와 전통을 잊은 채 학교에서 영어를 배우며 열등생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어른들은 농사 대신 대규모 플랜테이션 노동자로 하루 종일 땡볕에서 농사를 짓고 몇 푼 되지 않는 돈을 가지고 돌아오는 희망 없는 노동으로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부족이 해체될 위기에 처하자 도시의 대학에서 인류학을 가르치던 미키타이 사와이와 이름난 관광지와 도시에서 밴드 활동을 하던 와와이 사와이 형제가 고향으로 돌아왔다. 형 미키타이는 부족의 대표(다투)가 되었고, 동생 와와이는 부족의 문화지도자가 되었다. 둘은 마을에 어린이 전통학교를 세우고 서구문화, 도시문화에 찌들었던 아이들에게 음악과 그림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 아이들은 지금은 청년으로 성장해 도시에서 전시회를 열고, 해외공연에 초대받는 훌륭한 연주자들이 되었다.

   
 
  ▲ 참 불편한 게 많겠다 싶은데도 늘 행복한 표정을 달고 있는 송코 사람들  
 

  # 송코에서 얻고 싶은 것들

  까미귄섬에서 나와 민다나오 북부도시 까가얀 데 오르에서 하루를 지낸 우리는 지프니와 버스를 번갈아 타며 4시간을 달리고 난 뒤에야 송코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우리가 머물 숙소는 마을 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는 송코평화센터이다. 이곳은 한국의 구호단체인 정토회가 지원을 해서 만든 건물로 송코 마을만이 아니라 민다나오 전역의 평화를 위한 행사가 열리는 곳이다. 숙소에 짐을 푼 뒤에 부족의 문화지도자인 와와이 사와이의 집으로 갔다. 와와이를 비롯한 가족과 마을 주민들은 우리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곶자왈 아이들도 버스에서 아키에게 배운 딸란디그 인사말로 "꾸무스따"(안녕하세요), "살라맛"(고마워요) 그랬다.    숙소로 돌아와서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 나는 아이들에게 송코에서 머무는 6일 동안 인사하고 감사하고 존중하고 즐기는 날들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송코에서 머무는 동안 무엇을 얻고 싶은지 물었다. 좋은 친구들과 이곳 사람들의 착한 마음씨, 참을성과 배려, 전통 춤과 만들기, 자연을 공감하는 마음, 용기와 인내심, 존중, 10년 동안 웃을 웃음, 행복하게 놀기 … 나의 주문과 아이들 다짐대로 그런 날들이 이어졌으면 좋겠다.

문용포 / 곶자왈 작은학교 대표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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