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법, 이선교 목사 상대 손배소송 희생자·유족 일부 승소 판결

제주4·3 희생자를 폭동 가담자로 매도한 수구단체 회원의 발언이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는 법원판결이 나왔다.

제주지방법원 제2민사부(재판장 김성수 부장판사)는 8일 제주4·3 희생자와 유족 등 원고 97명이 이선교 목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 목사를 상대로 4·3희생자 11명에게 각 30만원을, 유족 86명에게 각 2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목사는 지난 2008년 1월10일 국제외교안보포럼 강연회에서 제주4·3희생자로 결정된 1만3564명을 ‘제주4·3폭동에 가담한 자’로 적시하고, 제주4·3사건 진상보고서가 허위로 작성됐다고 발언했다.

이 목사는 또 이날 제주4·3희생자로 결정돼 위패가 봉안돼 있는 평화공원을 폭도공원으로 표현했으며, 2008년 3월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장에게 제주4·3폭동 기념일에 참석해서는 안 된다는 진정서를 보냈다.

이에 따라 제주4·3 희생자와 유족 등 97명은 2008년 7월 “더 이상 4·3 희생자 및 유족의 명예와 인격이 침해당하는 것을 두고 볼 수가 없다”며 이 목사를 상대로 원고 1명당 200만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가 헌법재판소의 관련사건에서의 결정취지를 존중해 희생자 및 유족들에 대한 심사기준을 마련한 다음 심사를 거쳐 1만3564명을 희생자로, 2만9239명을 유족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4·3희생자를 폭동 가담자라고 발언하고 4·3평화공원을 폭도공원으로 표현한 것은 희생자 및 유족으로 결정된 원고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으로서, 헌법이 보장하는 학문과 표현의 자유의 범위를 벗어난다고 판단했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 목사가 국가기관 등에 진정서를 제출한 행위에 대해선 “청원권의 범위 내에 있으며, 명예훼손의 공연성이 있다고 보기 힘들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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