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4·3 손배소송 의의와 전망
사법부도 4·3위원회 희생자 결정 공식 인정
보수우익단체에 훼손당한 명예회복 시발점

제주4·3 희생자와 유족 97명이 8일 이선교 목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일부 승소하는 법원판결이 나왔다. 4·3 희생자와 유족이 지난 2008년 7월 소송을 제기한지 1년8개월만이다. 이번 판결은 사법부 차원에서 4·3 희생자와 유족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특히 4·3의 진실을 왜곡시키려는 보수우익세력의 행위에 쐐기를 박은 역사적 심판이라는 분석이다.

△4·3특별법 무력화 심판

지난 1999년 여·야 합의로 제정된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하 4·3특별법)이 2000년 1월 공포, 희생자 명예회복사업이 본격 추진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03년 제주4·3진상보고서를 발간, 1948년과 1949년의 ‘4·3사건 군법회의’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2005·2006년 1856명의 수형자를 희생자로 결정했다.

또 4·3으로 인한 인명피해가 2만5000∼3만여명으로 추정되고, 가옥 3만9285동이 소각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4·3 당시 진압작전에 참여한 예비역 장성 등 보수우익단체들은 4·3 희생자 1만3564명 전원을 폭도로 왜곡하는 발언과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특히 보수우익단체들은 4·3특별법을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헌법소원과 각종 행정·민사소송을 제기, 4·3특별법 무력화를 시도해왔다.

그러나 8일 제주지법이 4·3 희생자와 유족 등 97명이 이선교 목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일부 승소, 4·3 희생자와 유족을 공식 인정했다.

재판부가 제주4·3 희생자를 폭동 가담자로 표현한 이 목사의 발언이 명예훼손에 해당된다고 판단, 4·3 무력화 시도에 경종을 울린 것이다.

△4·3 명예회복 시발점

이번 판결은 그동안 보수우익단체에 의해 훼손된 명예를 회복하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도 보수우익단체가 제기한 각종 헌법소원과 행정소송 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현재 헌법재판소와 서울행정법원,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되고 있는 제주4·3 관련 헌법소원과 행정·민사소송은 5건에 달한다.

보수우익단체는 제주4·3사건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를 상대로 제주4·3사건 희생자결정 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하는가 하면 국가를 상대로 제기된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진행중이다.

또 4·3특별법에 대한 위헌을 주장하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 제주지법이 4·3특별법에 따라 결정된 희생자와 유족을 공식 인정한 만큼 보수우익단체의 요구는 받아들여지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4·3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사회의 결집과 지원은 아직도 부족, 총체적인 대응이 과제로 제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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