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성산포 찾아가는 현장위령제-해원상생굿
9~10일 4·3 평화음악제, 11일 4·3과 길 기행

꽃비가 내린다.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한순간 흩어지는 벚꽃 사이로 제주의 4월이 간다. 꽃잎처럼 부질없이 사라질 수 없는 4·3의 흔적들은 이번 주말 ‘그날’의 기억으로 다시 모인다. 그냥 아파하기에는 모자란 시간들은 원혼을 달래는 굿판으로, 상처의 현정으로, 화해와 상생의 음악으로 나뉜다.

# 찾아가는 현장위령제-해원상생굿

   
 
  지난해 진뜨르에서 진행된 찾아가는 현장 위령제.  
 
제주 4·3 62주기를 맞아 준비된 찾아가는 현장 위령제의 현장은 성산포 ‘터진목’이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지정 등 세계적인 경관으로 더 알려진 성산일출봉 인근 터진목은 성산과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는 지워지지 않는 흉터와 같은 곳이다.

제주 4·3당시 온평·난산·수산·고성리 등 성산 지역 주민 대부분이 이 곳에서 희생됐다.구좌 세화·하도·종달리 등에서 끌려온 주민들도 외마디 비명과 함께 뼈를 묻었다.

비극적 역사를 가슴에 묻은 ‘학살터’를 찾아가 이뤄지는 이번 현장위령제는 억울하게 죽어간 이들의 영혼을 위로하고 해원하는 굿판이다.

이번은 아무런 이유도 묻지 못하고 상처 입은 채 세월을 품어온 자연을 함께 치유하는 상생의 굿이라는데 의미가 크다.

10일 오전 10시 민중심방 정공철씨가 소리굿을 통해 억울하게 죽어간 혼백을 불러 굿청에 모신다. 춤(살풀이)와 시가 죽은자와 산자의 아픔을 위로하고 지나간 자리에 제주칠머리당영등굿보존회의 위령굿이 올려진다.

억울한 영혼의 원한을 풀고 편안히 저승길에 오르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지’를 싸고 올리는 작업은 위령굿에 참가한 본주와 관객들 모두의 몫이다.

행사장에는 흑백만장과 까마귀솟대, 기메 등이 설치 과거와 현재,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만들고 또 허문다.

부대행사로 지난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7차례에 걸쳐 진행된 해원상생굿의 현장을 담은 사진이 전시된다. 문의=758-0331~2,

#‘○○씨, 평화를 부르다’

   
 
  4.3 61주기 추념  평화음악회 중에서  
 
평화를 부르는 목소리에 나이며 성별, 국경은 이유가 되지 않는다.

어렵지만 또 편안한 ‘평화’를 주제로 한 음악제가 9일과 10일 제주특별자치도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열린다.

음악제라고 거창한 무대를 만들기보다는 도란도란 각자가 생각하는 평화를 풀어내고 또 이야기하는 자리를 꾸리는데 더 무게를 뒀다. 그 옛날 어머니가 짜투리 천을 모아 만든 조각보처럼 한가지로 정의하기 어려운 평화를 큰 그림으로 풀어내기 위해서다.

9일에는 필뮤직(클래식)과 제주빌레앙상블(브라스밴드), 트베블스(직장인밴드), 주니어 레인보우(초등 락밴드), 작은새(환경밴드) 등이 다섯 색깔의 무대를 꾸린다.

10일 무대에는 노래꾼 최상돈과 제주민예총 음악위원회 ‘원’이 4·3 창작곡이 관객들을 만난다. 충북민예총과 베트남 초청팀이 함께 꾸리는 무대도 준비됐다.

지난 비극의 역사가 선율을 타고 심금을 울린다. 평화에 대한 각각의 표현은 긍정적 해석과 손장단으로 이어진다.

음악제가 끝나고 돌아가는 길, 흥얼흥얼 노래 한 소절이라도 기억에 남기고픈 마음과 평화에 대한 또 다른 표현을 가지고 다음 무대에서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 기분 좋게 조우한다. 문의=758-0331~2.

# 4·3과 길-역사의 길 평화의 길

   
 
  섯알오름  
 
근·현대의 길목 제주의 격동기를 온몸으로 안았던 ‘모슬포’를 발로 확인하는 행사가 마련됐다.

제주4·3연구소는 11일 ‘4·3과 길-역사의 길 평화길’주제의 기행을 떠난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 ‘모슬포’는 모른다.

하지만 일제 때 건설된 대정읍 알뜨르비행장은 당시 강제동원된 주민들의 피와 땀, 한이 서린 곳이다. 고고한 자태의 송악산 해안에서 목격되는 숭숭 뚫린 갱도진지며 고사포진지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7월 16일과 8월 20일 제주 서부지역 주민 252명이 학살된 섯알오름까지, 말을 꺼내는 것만으로도 가슴에 한웅큼 생채기가 생긴다.

이번 기행에서 4·3연구소는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이 주민들을 강제동원해 구축한 갱도진지, 격납고와 알뜨르비행장을 둘러보고 4·3 이후 예비검속으로 인한 상처의 현장인 섯알오름 학살터와 백조일손지지 등을 찾아간다.

기행은 대정초등학교를 출발, 절간고구마창고 옛터~육군제1훈련소 정문~평화의 터~대정고 입구~이교동 통신시설~백조일손지지~알뜨르비행장~섯알오름 탄약고터~섯알오름 고사포 및 갱도진지~송악산 해안 해군특공기지에서 끝난다.

9일 낮12시까지 전화(756-4325)나 팩스(721-2143) 또는 이메일(jeju43@hanmail.net)로 참가 신청을 받는다. 선착순 40명. 참가비는 일반 1만원, 학생 5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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