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자왈 아이들의 민다나오 평화여행 ⑩딸란디그 문화 배우기

“내가 할 수 있을 때까지,
가슴에 그림이 남아있을 때까지,
내 귀가 아름다운 음악을
들을 수 있을 때까지,
내 손도 마찬가지로”

 

   
 
   
 
# 예술로 땅을 지킨 부족
  마약을 하고 서구 문화에 찌들어있던 마을의 아이들에게 부족의 문화지도자 와와이 사와이는 조상들의 노래와 악기를, 조상들의 미술을, 조상들의 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북과 피리를 손수 만들어서 하루 내내 치고 불었다. 마을 둘레에서 색깔별로 흙을 구해서 그림을 그렸다. 와와이 사와이가 이렇듯 부족의 아이들에게 부족의 전통문화를 가르치려 온힘을 기울였던 가장 큰 까닭은 “부족을 지킬 수 있는 가장 큰 무기는 바로 부족의 문화를 온전히 지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당장 부족의 땅을 지키는 일만이 아니라 부족의 미래를 일구는 큰 쟁기가 될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딸란디그 부족 사람들은 꼭 필요한 만큼만 농사를 짓고 그 시간을 빼고는 노래를 부르고 악기를 연주하고 춤을 추고 그림을 그린다. 부족을 처음 찾던 날, 와와이 사와이가 여행자들에게 말했다. “이 마을에서는 밤이 새도록 노래를 부르고 북을 치고 춤을 출 수 있다. 여러분들도 우리 부족의 예술을, 당신 나라의 예술을 맘껏 나누고 즐겼으면 좋겠다.”

  # 피리를 만들다
  곶자왈 아이들은 송코에 머무르는 동안 피리 만드는 법을 배우고, 흙 그림을 함께 그리고 춤을 배웠다. 피리 만들기! 아이들은 대나무로 피리를 손수 만들었다. 대나무를 알맞게 자르고 장작불에 쇠를 달구어 대나무에 구멍을 내면 피리가 만들어진다. 다 만든 피리에는 작은 칼로 문양을 새기고 자기 이름을 새긴다. 마을 사람들의 도움을 얻어 아이들은 스스로 하나의 악기를 만들어냈다. “우리 스스로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피리를 만들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게다가 피리 만드는 게 마음과 정성만 있다면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 흙그림을 그리다
  딸란디그 사람들은 물감 대신에 그들의 땅에서 캔 흙으로 그림을 그린다. 흙그림(소일 페인팅) 그리는 순서는 색깔별로 흙 구해온 뒤에 그 흙에 물과 본드 섞는다, 그리고 캔버스에 밑그림을 그린 뒤에 색칠을 하고 말리면 그림이 완성된다. 곶자왈 아이들이 '흙그림 워크샵'을 할 때였다. 아이들이 그림 그리는 걸 주저하자 그 마을 예술가들은 "마음껏 그려라, 너희들은 신의 재능을 받고 태어났다", "너희들 머리에 마음에 손에 신의 정령이 깃들어 있다"며 아이들에게 용기를 주었다. 아마 이곳의 젊은 예술가들도 어릴 때부터 그런 말을 듣고 자랐을 것이다. 그런 칭찬, 그런 기운을 받고 자랐으니 그들은 지금 필리핀 전역에서도 알아주는 예술가가 된 것일 게다.

   
 
   
 
  # 전통 춤을 배우다
  곶자왈 아이들은 부족의 할머니들에게 전통 춤을 배우기도 했다. 아이들이 많이 기다렸던 시간이기도 했다. 아이들은 할머니들과 마을 아이들이 이끄는 대로 수리매 춤, 개구리 춤, 방패 춤, 청혼 춤 따위를 췄다. 마을 아이들이 춤을 출 때는 무척 쉬워보였는데 손발이 아프고 팔다리가 아플 정도였다. 아이들이 어려워할 때마다 할머니들은 칭찬을 잊지 않았다. 그래서 아이들은 더 즐겁게 더 열심히 춤을 출 수 있었다.
 
   
 
   
 
  # 몸과 영혼으로 하는 예술
  아이들이 와와이와 인터뷰를 했다. “당신은 왜 그림을 좋아하게 됐나요?”라고 물었더니 “그림을 통해서 자기가 생각하는 것을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아하게 됐다.”고 대답했다. 또 “당신은 얼마나 오랫동안 그림 그리기나 음악을 하고 싶나요?”라고 물었더니 “내가 할 수 있을 때까지, 가슴에 그림이 남아있을 때까지, 내 귀가 아름다운 음악을 들을 수 있을 때까지, 내 손도 마찬가지로”라고 대답했다. 아무 것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배운 것이 없어도, 누가 돕지 않아도, 내 몸과 내 손으로, 내 영혼으로 할 수 있는 단 한 가지. 그게 바로 예술이란 걸, 와와이는 곶자왈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었다.

문용포 / 곶자왈 작은학교 대표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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