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자왈 아이들의 민다나오 평화여행 ⑪- 평화의 부족, 평화의 예술 그리고 정든 친구

“다음에도 여기에 오면 좋겠어요”
“왜?”
“여기에 다시 만나고 싶은
정든 친구가 있잖아요”

   
 
  ▲ 곶자왈 아이들이 송코초등학교를 방문, 문화교류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 송코 초등학교 방문
 딸란디그 부족의 아이들은 학교를 두 군데 다닌다. 하나는 나라에서 운영하는 공립초등학교이고, 다른 하나가 부족전통학교이다. 아이들은 공립학교에서는 나라에서 정한 교육과정에 따라 공부를 하고, 학교가 끝나고 전통학교에서는 부족의 전통 춤과 음악을 배운다.

우리가 여행경비를 지원해서 함께 까미귄을 여행하고, 다시 자기 마을인 송코에서 곶자왈 아이들과 함께 지냈던 아키 역시 두 곳 학교를 모두 다니고 있었다. 어느 날 아키의 어머니이자 족장의 부인이 우리에게 지역 공립학교인 송코 초등학교를 방문해 줄 수 없냐고 요청했다. 우리는 기꺼이 방문할 수 있다고, 그곳에 가서 아키의 친구들도 만나고 싶다고 대답했다.

초등학교를 방문한 날, 교문을 들어서자 교장선생이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았다. 그리고 모든 학년 모든 반 교실로 우리를 안내해서 아이들에게 소개해 주었다. 학생들과 교사들 모두 우리를 환하게 맞아 주었다. 드디어 아키네 반, 아키가 우리를 반 아이들에게 소개했다.

반 아이들은 이미 우리를 알고 있었다. 1년 여 전 내가 아키에게 주고 간 사진앨범이 교실에 전시되어 있었고, 아키가 미리 우리 이야기를 들려준 모양이었다. 교실을 모두 둘러본 뒤에는 교무실에 가서 학교 이야기도 듣고 선생님들이 챙겨준 음식도 먹었다.

야외무대에서 곶자왈 아이들과 송코 아이들의 문화교류프로그램이 열렸다. 먼저 송코 아이들이 한국 노래인 노바디에 맞춰 춤을 추고 힙합댄스를 췄다. 곶자왈 아이들이 모두 놀랄 정도로 춤 솜씨가 뛰어났다. 곶자왈 아이들도 까미귄에서 했던 몸벌레를 다시 보여주고 곰사냥 율동을 송코 아이들과 함께 하기도 했다.

송코초등학교에서 문화교류프로그램을 하면서 전통문화를 살려 땅과 부족을 지켰다는 예술의 마을에서 한국과 서양의 노래와 춤을 볼 수 있다는 게 조금은 이상했다. 하지만 학교에서 잠깐 들었던 의문은 며칠 뒤 부족민들이 우리를 위해 베푼 축제를 보면서 모두 풀렸다. 부족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가 높으면서도 그들은 다른 문화와의 교류와 연대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던 것이다.

 

   
 
  ▲ 부족 사람들이 곶자왈 아이들을 위해 축제를 열었다. 부족의 전통 춤과 음악에 아이들은 흠뻑 빠졌다.  
 
# 곶자왈 아이들을 위한 축제
 딸란디그 부족을 떠나기 이틀 앞선 날. 와와이의 집에서 곶자왈 아이들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 김치 부침개와 국수를 만들었다. 우리를 따뜻하게 맞아준 마을 사람들에 대한 보답으로 한국음식을 대접하고 싶었던 것이다. 마을 사람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은 뿌듯해 했다.

 딸란디그 사람들은 마을에 귀한 손님이 오면 어느 날을 잡아 환영행사를 베푼다. 부족의 전통 옷을 입고 밤이 깊도록 노래하고 춤을 추고 연주를 한다. 곶자왈 아이들을 위해서도 마을에서 환영행사를 열었다. 여느 때와 달리 아이들도 어른들도 부족의 전통복장을 하고 평화센터 2층에 모이기 시작했다.

꼬마 아이들부터 초등학생, 청소년, 젊은이에 이르기까지 각 연령에 맞춰 갖가지 전통 춤을 보여주었다. 때론 귀엽고 때론 씩씩하고 때론 아름답고 때론 용감한 춤이었다. 갖가지 전통 악기로 빚어낸 음악 또한 독특하고 훌륭했다. 곶자왈 아이들은 딸란디그 부족의 전통 춤과 전통 음악에 흠뻑 빠져들었다.

“이곳 사람들의 공연은 정말 멋있었고, 재미있었다. 맑고 당당하게 자신들의 노래와 춤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우리도 처음의 어색한 기분을 떨쳐버리고 마을 아이들과 다 같이 한마음이 되어서 정말 신나게 놀았다. 그리고 축제가 끝나고 다들 녹초가 되어서 정말 푹 잤다” 

 # “다시 또 와요!”

 

   
 
  ▲ 곶자왈 아이들이 송코초등학교를 방문, 문화교류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딸란디그 마을에서의 마지막 밤. 곶자왈 아이들은 너나없이 다음에도 딸란디그에 오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왜냐고 물었더니 마을 사람들이 너무 따뜻하고 친절하다는 것이다. 마을이 너무 평화로워서 자기들도 평화롭게 지냈다는 것이다. 다시 물었다. 다른 나라에도 평화로운 곳이 있고 아름다운 풍광을 뽐내는 곳이 있는데 왜 굳이 여기에 또 오자는 거냐고. 아이들은 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여기에 다시 만나고 싶은 정든 친구가 있잖아요!”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