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요패 소리왓 4·3소리굿 '한아름 들꽃으로 살아'
17일 오후4·7시 도문예회관 소극장

   
 
  ▲ 4.3영화 ‘끝나지 않은 세월’  
 
"…한숨일랑 저 산에 던져두고 눈물일랑 저 바다에 던져두고 한아름 들꽃으로 살아 모두모두 여기로 오십서"('한아름 들꽃으로 살아' 중)

무대 가득 소리가 쏟아진다. 제주 작가들의 가슴으로 풀어낸 까만 글자가 음악이 되어 귀로 들어와 피를 타고 가슴에 가 닿는다. 한 번 흐르기 시작한 감정은 눈물로, 박수로 몸밖으로 배출되고서야 간신히 진정된다.

소리를 통해 제주의 정서를 풀어 내온 민요패 소리왓이 4·3 62주년을 추념하는 무대를 꾸린다. 17일 오후 4시와 7시 두 차례 제주특별자치도문예회관 소극장에 올려지는 특별공연 '한아름 들꽃으로 살아'다.

지난 2008년 제주 4·3 60주년의 의미를 살려 초연됐던 이 작품은 제주 작가들이 쓴 4·3시 16편을 노래화해 무대로 끌어온 데다 4·3영화 '끝나지않은 세월' 영상과 함께 하는 소리굿으로 화제를 모았다.

4·3이란 주제가 깔리기는 했지만 19년 동안 제주민요와 제주 작가들의 시를 노래로 풀어낸 소리왓의 열정과 경륜을 하나로 묶어낸 창작소리굿판이다.

모두 다섯 마당에 뒷풀이까지 노래 없이는 하나로 묶어내기 어렵다. '모두 함께 굿판을 열자'하며 평화의 섬 제주를 펼쳐낸다. 시련·입산·항쟁 등 제주 섬을 휩쓸고 간 생채기 역시 제주 작가들의 시로 풀어냈다.

"…늬가 있던 그 자리가 우리가 죽은 자리…"('분부사룀' 중)하고 아픔과 슬픔을 거침없이 쏟아내는가 하면 "…님이 오시는 길은 바람길이여라"('설운님 오시는 길' 중)하고 가만히 감정을 흔든다.

소리왓 특별회원인 고(故) 김경출 감독의 영상이 어우러지면서 영상과 창작국악의 만남이라는 새로운 형식을 확인하는 것도 감상 포인트다.

노래패 청춘과 어린이민요단 소리나라가 함께 목소리를 보태는 것으로 과거·현재·미래까지 3세대에 걸쳐 4·3이 제주 근·현대사를 훑고 지나간 과거나 생각만으로도 욱신거리는 상처가 아니라 꼭 기억하고 보듬어야할 흉터이자 화해·상생으로 극복해야할 역사임을 확인한다. 대본 안희정, 연출·기획 변향자. 관람료는 5000원. 고 미 기자 popmee@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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