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각 장애 한봉운씨-장애인활동보조도우미 여창익씨
"함께 하는 것"…달리기·'긍정의 힘'통해 돈독한 우정

   
 
  2010 평화의 섬 제주국제마라톤대회에 참가해 10km 코스를 완주한 한봉운씨(왼쪽)와 도우미 여창익씨. /특별취재반  
 
"이 사람 정말 대단한 사람이예요"

서로를 '잘났다'고 추겨주느라 주변은 안중에도 없는 두 사람이다. 한 사람은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시력과 청력 일부를 잃은 사람이고 다른 한 사람은 그를 위해 자신의 시간을 아낌없이 나눠준 사람이다.

한봉운씨(43)에게 '2010평화의 섬 제주국제마라톤대회'는 도전이자 출발이다. 12년 전 교통사고로 머리를 다친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가 한순간에 눈과 귀를 잃으면서 마음까지 닫았던 그였다. 그런 그가 지난 2008년 11월 거의 10년만에 바깥출입을 시작했다. 장애인 활동보조도우미 덕분이다. 중심을 잡고 똑바로 걷는 것부터 시작했던 그가 달릴 수 있었던 것은 네 번째 '파트너'인 여창익씨(39)를 만나면서다.

개인사업을 하는 여씨는 주변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다 장애인자립지원센터를 통해 장애인활동보조도우미를 알게 됐다.

한씨는 여씨의 첫 짝으로, 여씨는 한씨에게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해준 인연으로 남다른 우정을 쌓아가고 있다.

일주일이면 다섯 번 하루 12㎞를 달리거나 걷는다. 그렇게 하는 동안 조금씩 긍정적이고 밝아졌다.

한씨는 "수줍은 편이라 남을 많이 의식했었는데 지금은 눈이 안보이니까 좋다"며 "예전에는 일을 해야지 무슨 운동이냐고 타박했을 사람들도 운동한다고 좋은 소리만 준다"고 웃었다.

큰 딸의 초등학교 입학식을 앞두고 사고를 당한 탓에 가족과의 연결고리가 약한 편이었지만 "오늘 아침 말도 안 했는데 아내가 김밥을 싸주더라"고 슬쩍 자랑할 정도가 됐다.

"달릴 수 있을 때까지 달릴 것"이라는 한씨는 두 번째 참가인 이번 대회까지만 10㎞를 뛰고 다음부터는 하프에 도전할 계획이다.

한 씨 외에도 두 명의 장애인과 인연을 맺고 있는 여씨는 "그냥 함께 하는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한씨의 운동화 끈이 풀려도 혼자 맬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는 것도 그 때문이다. 달릴 때도 방향만 가르쳐 줄 뿐 대신해 주는 것은 하나도 없다. 그래도 더 도와줄 수 없는 것이 늘 미안하다.

여씨는 "한씨가 마라톤에 관심도 많고 실력도 있지만 생각보다 기회도 적고 할 수 있는 범위가 한정적"이라며 "전문지식을 가지고 지원해 줄 사람이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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