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민 동생 만나러 제주에 온 필리핀 리니씨·제주를 바로 아는 기회 얻은 리다 베르사민씨·키맨슨전자 외국인근로자 등 마라톤 대회 참가

   
 
  ▲ 2010 평화의 섬 제주국제마라톤대회에 국제가정문화원 소속으로 참가한 다문화 가족들 /특별취재반  
 
지난 3월 필리핀에서 온 리니씨(31)에게 제주는 새로움의 연속이다. 결혼이민을 한 여동생(로나 그레이스·30)을 만나기 위해 한국행 비행기를 탔을 때만해도 마라톤대회는 꿈도 못 꿨던 일.

하지만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는 바람이 매제(박창엽·40)를 통해 이뤄졌고, 그 때부터는 새롭고 좋은 경험을 하느라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다.

리니씨는 제주국제가정문화원(원장 임정민) 소속으로 2010평화의섬 제주국제마라톤에 참가했다. 그림자처럼 행복(10)이랑 지혜(8) 두 조카가 따라붙는다. 처음에는 문화가 달라 힘들었지만 이내 극복했다. 행복해 보이는 동생의 표정에 걱정도 한시름 놨다.

이날은 한꺼번에 많은 제주사람을 만나게 된 사실만으로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제주에 온지 이제 채 두 달이 되지 않았지만 "아주 좋아요"란 말만큼은 능숙하게 한다.

매제 박씨는 "평범한 하루를 같이하는 것만으로도 서로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며 "필리핀 따가이따이에 가면 리니를 찾아달라"고 처남 자랑을 늘어놨다.

올해 학부형이 된 이순신씨(53)도 아내(리다 베르사민·43)와 두 딸을 데리고 운동장을 찾았다. 아직은 제주가 서툰 아내를 대신해 딸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함께 하는 그지만 이런 자리에 나오면서 느끼는 것이 많다.

이씨는 "밖에 나와 사람들을 만나고 활동하면서 아내가 많이 달라졌다"며 "머지 않아  딸들의 사춘기 고민이며 체험 학습을 따라다니느라 내 자리가 없어질 지 모르겠다"고 웃었다.

   
 
  ▲ 2010 평화의 섬 제주국제마라톤대회에 참가한 키멘슨전자 외국인근로자들 /특별취재반  
 
인도네시아에서 온 20대 다섯 친구들 역시 눈으로만 봤던 제주시용담해안도로를 직접 달렸다는 기분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했다.

키맨슨전자에서 일을 하는 외국인근로자인 라지드(26)·로마드(27)·사이블(31)·사리민(29)가 마라톤 대회에 함께 했다. 필리핀 등 11명의 외국인 동료 중 4명이 자원했고 이들의 안전을 위해 직장동료 4명이 함께 했다. 다문화가정이나 외국인근로자 대상이 아닌 행사 참가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매일 아침 공장 주변을 돌며 쌓아온 실력을 아낌없이 선보였다.

 "1등을 하고 싶다"던 로마드는 거친 숨을 쉬며 뒤쳐진 친구를 기다린다. 조금 처지기는 했지만 결승선을 밟은 사리민(27)은 "너무 좋아요"라는 말로 소감을 대신했다. 모두들 기분 좋은 추억을 남긴 덕분에 시종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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