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제주4·3문화예술축전의 한달 간 긴 레이스를 끝났다. 일반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주말로 행사를 분산하고 프로그램마다 공을 들였지만 흥행 성적표는 다소 초라하다.

2일 전야제부터 행사 중반 이후 눈에 훤한 빈자리부터 시작해 3일 청소년평화한마당은 수업 등을 이유로 공연학생들까지 간신히 자리를 함께 했다. 크고 작은 4·3순례행사만 각각의 단체에서 다섯 차례 이상 열렸다. 찾아가는 위령제에서는 참여한 유족회 명칭이 빠지는 해프닝에 행사마다 아는 사람 얼굴을 확인하는 것 이상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결국은 ‘누구와 무엇을 위한 행사였나’는 가장 기본적인 문제에 부딪힌 셈이다. 문화예술축전 전야제는 앞서 전야제례가 진행되면서 4·3유족회는 공연의 한 부분에 참석한다는 의미 이상을 두기 어려웠다. 4·3교육주간까지 정해놓고 화해와 상생의 의미를 되새기겠다는 목소리는 정작 미래 세대에 4·3의 의미를 알리자고 마련한 자리를 함께 하지 않으면서 퇴색됐다. 프로그램의 분산은 참가 확대보다는 4월 내내 바쁜 주말로 씁쓸한 기억만을 남겼다.

뭐가 좋다거나 뭐가 나쁘다의 차원을 넘어 성년으로 넘어가는 내년 4·3문화예술축전에 요구되고 있다. 많은 사람과의 공감이 목적이라면 행사 진행을 우선할 것이 아니라 홍보나 참가자 맞춤형 프로그램에 주안을 둘 것이고, 의미를 전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그에 걸맞는 프로그램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4·3은 현재진행형이다. 당장 아프지 않다고 아픈 역사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부인한다고 없어질 리 만무하다. 역사의 소용돌이에 있던 1세대와 직접 전해들은 2세대를 넘어서야 할 단계라면 그에 맞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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