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드> 무기계약·기간제 근로자 근무실적평가 노예제도로 전락하나


근로자 보호 취지 부족 징벌적 내용 다수
근로자 의견 수렴 제대로 안돼 "잘 몰라"

제주도가 마련한 '무기계약 및 기간제근로자 근무실적평가 기본지침'이 근로자들을 옥죄는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근로자들의 의견 수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징벌적 내용이 다수 포함되는 등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근로자들은 이번 기본지침이 운영될 경우, 사실상 노예제도로 전락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어떤 내용 담았나

제주도는 근로자에게 책임성을 부여하고 인력 운용의 효율성을 기하기 위해 지난 3월 '무기계약 및 기간제 근로자 근무실적평가 기본지침(안)'을 마련했다.

이번 안은 무기계약직 전원을 직종별로 분류해 매년 3월과 9월 평가를 실시, 그 결과를 토대로 상위 5명, 하위 5명의 보수를 조정하고 기간제 근로자는 계약해지 및 무기계약전환 등에 활용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도는 이번 지침안을 올해 한시적으로 시범 운영하고 문제점 등을 보완해 내년부터 본격 시행할 방침이다.

△객관성 결여·징벌적 내용 다수

그러나 이번 안이 징벌적 내용이 다수 포함되고 평가요소에 객관성이 결여되면서 사실상 공무원 줄서기를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근무평가는 근무실적평정점(90%), 상시학습(10%), 가감점(±5점) 등으로 구성돼 근무실적평정점이 근무평가의 절대 요인이지만 평가 요소 자체가 현실과 거리가 멀고 객관성이 떨어지면서 공정성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평가항목은 △조직기여도 △팀워크 △성실성 △신속성 △책임성 등으로 구분되는데 사실상 평가자인 소속 부서장의 주관에 맡기면서 '알아서 기도록'만든 상황이다.  

게다가 악의적인 평가로 부당하게 인사가 단행됐을 경우,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안전장치도 전무한 실정이다. 

지침안에서는 근로자 보호 취지보다 징벌적 내용 등이 다수 포함되는 등 문제점도 다수 발견되고 있다.

근무평가를 통해 상위 5명, 하위 5명에게 보수가 조정되면서 근속년수에 따른 자연승급분을 제한, 징벌적 요소를 제도화한 셈이다. 반면 일반직 공무원은 근무평가를 이유로 호봉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근무평가를 이유로 기간제 근로자의 계약해지가 가능하고 이중처벌 문제 등도 근로자 보호 취지가 부족하다고 평가되고 있다. 

이와함께 근로자의 의견 수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절차상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무기계약직 근로자 A씨는 "대다수 무기계약 근로자들이 이 내용조차 모르고 있다"며 "이번 지침은 사실상 공무원 줄세우기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라고 지적했다.

△합리적인 방안 도출 필요

무기계약 및 기간제근로자의 업무 능률을 높이고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선 이번 지침안의 적극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근로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객관성 있는 평가 항목과 기준이 추가되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시스템이 요구되고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이번 평가지침은 근로자들을 옥죄는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번 평가 지침을 철회하고 재합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 관계자는 "이번 지침에서 일부 문제점이 제기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올해 시범 시행인 만큼 운영 과정에서 개선책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은 기자 kde@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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