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관 아카데미 강좌, 단문·매끄러운 표현력 소설가 김훈
‘현대식 리더십’언급, 자전거로 즐기는 제주의 매력도 풀어내

   
 
   
 
지난 2001년 「칼의 노래」로 ‘소설을 읽는 즐거움’을 환기시킨 소설가 김 훈(62)의 다소 어눌한 듯한 말투에 사람들의 귀 끝이 쫑끗 선다. “이 세상이 완벽하다면 글을 쓰지 않아도 되었다”는 작가는 “제대로 된 글쓰기는 아니지만 나중에 내가 써놓은 표현이 좋았다”고 속내도 풀어낸다.

옆에 같이 한 제주 출신의 번역가 김석희(58)는 “같은 영역에서 경쟁을 하지 않아 이렇게 친한 것”이라며 슬쩍 추켜세운다· ‘와’하는 톤 낮은 웃음소리가 바람처럼 훑고 지나간다.

15일 제주현대미술관에서 열린 ‘미술관에서 책을 이야기하다’ 주제의 아카데미 강좌 현장이다.

야외에 마련된 간이 의자에 진지한 표정이 가득하다. 학생에서부터 어린 자녀를 데리고 온 아줌마팬에 은백의 독자까지 글의 힘은 컸다.

   
 
   
 
김 작가는 아름다운 단어의 선택과 매끄러운 표현력으로 청중을 사로잡았다. 사소한 것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한다는 작가는 고3 수험생을 예로 꺼내들었다.

“시험을 잘 봐도 다 합격하는 것은 아닌데도 공허한 덕담을 하게 된다”며 “세상 사는데 필요한 것이기는 하지만 문제 해결 방법은 아니다”고 말했다.

대신 본 것이 선배를 응원하는 후배들의 모습이다. “시험장에 들어서는 선배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 큰절을 하고 포옹을 하더라”며 “인생의 도살장에 들어가는 문 앞에서 그렇게 아름다운 모습이 연출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고 풀어냈다.

‘칼의 노래’ 속 명랑대첩에 대한 생각 역시 분명하다. “당시는 군선 13척으로 적을 무찔렀다고 하지만 현대의 리더십은 그때와 다르다”며 “진정한 리더라면 그런 상황이 되게 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니냐”고 오히려 질문을 던졌다.

‘자전거를 타는 글쟁이’란 수식어가 따라 다니는 작가에게 제주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김 작가는 “몇번이나 제주에서 자전를 탔지만 이 곳처럼 매력적인 곳은 없다”며 “볼거리도 많고 먹을 거리도 많고 타는 재미가 많은 곳으로 유럽이나 다른 어디 보다 좋다”고 말했다. 기회가 된다면 「자전거 여행」제주편도 쓰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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