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초대 진입도 자신있습니다"

31년만에 남자 육상 100m 한국신기록을 갈아치운 새 역사의 주인공 김국영(19, 안양시청)은 자신감이 넘쳤다. 한국 육상의 ‘마의 벽’으로 여겨졌던 10초30대를 깬 만큼, 세계 정상급 수준인 9초대 진입도 자신있다는 김국영이다.

7일 제64회 전국육상경기선수권대회 남자 100m 경기에서 10초23을 기록, 31년간 정체되어 있던 한국 기록(종전 10초34)을 새롭게 갈아치운 김국영이 8일 CBS라디오 이종훈의 뉴스쇼(FM 98.1 MHz)와의 대담에서 소감과 포부를 거침없이 털어놨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한국기록이 나와 아직까지 얼떨떨하다"는 김국영은 "내가 한국 신기록을 세운 게 믿겨지지 않는다"며 여전히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가 진행된 7일 대구 스타디움은 오전부터 한여름 날씨만큼이나 무더웠다. 몸이 늘어지거나 일찍 지치기 쉬운 환경이었다. 하지만 김국영은 오히려 불볕 더위로 인해 자신감을 챙겼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도 털어놨다.

그는 "선배들이 보통 땡볕 아래에서 뛸 때 기록이 잘나온다고 말하는데 나 역시 땡볕에서 뛸 때 기록이 잘나오는 편이었다"면서 "어제는 아침부터 햇볕이 강해 기록이 잘 나오겠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예선에서 전력질주를 하는 선수는 거의 없지만 김국영은 이날 예선부터 전력을 다했다. 스타트부터 중간 질주, 마지막 스퍼트까지 모든 부분이 매끄럽게 잘 이어졌다. 그 결과 10초31로 결승선을 통과해 1979년 서말구 해군사관학교 교수가 세웠던 종전 한국기록(10초34)을 0.03초 앞당겼다. 이어진 준결승에서는 10초23를 작성해 연거푸 한국기록을 갈아치웠다.

김국영은 "예선 때 한국기록을 깨놓으니까 마음이 정말 편했다. 마음을 비우고 편안하게 뛰다 보니 한번 더 좋은 기록이 나온 것 같다"며 예선부터 전력질주한 전략이 잘 맞아떨어졌음도 밝혔다.

하지만 정작 결승전에서는 3위에 머물렀다. 예선과 준결승에서 너무 힘을 쏟은 결과다. 김국영은 "결승전에서 3등한 게 가장 아쉽다. 한국기록을 세우고 나니 긴장도 안되고 다리에 힘도 없었다. 지쳐있었다"며 아쉬움을 피력했다.

31년만에 한국기록을 바꿔냈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세계 기록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우물 안 개구리 수준이기 때문. 현재 세계기록은 우사인 볼트(자메이카)가 지난해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작성한 9초58이다.

지난달 대구 육상선수권대회에서 세계기록 보유자인 볼트와 한 트랙에 섰던 그는 "볼트를 뛰어넘는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목표같다. 신체 조건이나 기량이 월등하다"면서 "9초대에 진입한다 해도 볼트를 넘기는 힘들다"는 솔직한 생각을 털어놨다.

그러나 세계기록까지는 아니더라도 아시아 정상에 서겠다는 욕심은 분명했다. 김국영은 "올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따고 싶고 내년에는 세계선수권 결승전에 진출하고 싶다"면서 "9초대 진입은 자신있다"며 현실적인 목표를 이야기했다. 이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됐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다. 아프지 않고 더 열심히 하도록 노력하겠다"는 각오도 더했다.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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