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사상 첫 월드컵 원정 16강 진출 시나리오

   
 
   
 
인류가 만들 수 있는 세계 최대 스포츠 축제 월드컵이 11일(이하 한국시간)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주경기장에서 개막된다. 2002년 6월의 추억(한·일월드컵 4강)을 간직한 한국은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에 도전한다.

◇16강 자력 진출하려면 승점 5(1승2무)는 따야=한국은 12일 오후 8시30분 포트엘리자베스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치러지는 B조 조별리그 1차전 그리스전으로 남아공월드컵 전쟁터에 뛰어든다.

17일 오후 8시30분에는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주경기장에서 24년 만의 월드컵 우승을 노리는 아르헨티나와 2차전을 갖는다. 아프리카 축구 강국 나이지리아와의 마지막 3차전은 23일 오전 3시30분 더반 스타디움으로 예정돼 있다.

한국은 조별리그 3경기에서 승점 5 이상을 따야 자력으로 16강에 오른다. 승점 5를 얻으려면 ‘1승(승점 3)+2무(승점 2)’가 돼야 한다. 승점 4(1승1무1패)는 골득실 등 다른 팀 상황에 따라 약간의 행운이 섞여 16강에 진출할 수 있는 경우다. 승점 4 이상을 따지 못하면 기적적인 일이 벌어지지 않는 한 귀국 보따리를 싸야 한다.

◇아르헨티나가 나이지리아에 대승해야 유리=첫 경기 그리스전은 허정무호가 반드시 승점 3을 따야 하는 경기다. 한국과 그리스,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의 전력 및 축구 스타일을 각각 비교했을 때 그리스가 그나마 승점 3 획득이 용이한 팀으로 분류된다. 그리스전이 열릴 포트엘리자베스에 10일 도착한 태극전사들은 그리스전 승부가 16강 진출의 70% 이상을 좌지우지한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한국-그리스전 만큼이나 중요한 경기가 같은 날 오후 11시 요하네스버그 엘리스파크에서 시작되는 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전이다. 한국 입장에선 아르헨티나가 최대한 많은 골을 넣어 나이지리아를 크게 이겨주는 것이 좋다.

객관적 전력상 조 1위 16강 진출이 유력한 아르헨티나가 한국을 제외한 나머지 두 나라(나이지리아·그리스)에 대승을 거둬야 승점 및 골득실 양측면 모두에서 허정무호의 16강행이 한결 수월해진다. 허 감독은 “한국-그리스전 결과 못지 않게 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전 결과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아르헨티나전 골득실 관리 신경 써야=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전이 무승부로 끝나면 4년 전 독일월드컵 때 한국과 같은 조였던 강호 프랑스가 1차전에서 스위스와 비기는(0대 0) 바람에 조별리그 상황이 꼬였던 것과 비슷한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 한국은 당시 1승1무1패라는 역대 원정 월드컵 최고의 성적을 거두고도 조 3위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강팀이 약팀을 상대로 승점을 충분히 빼앗아 가주지 못한 탓이었다.

거꾸로 나이지리아가 아르헨티나를 이기면 아르헨티나가 한국과의 2차전에 죽기 살기로 나설 수 밖에 없어 이 또한 바람직한 상황은 아니다.

한국과 아르헨티나가 1차전에서 모두 이길 경우 B조 4개국은 아르헨티나·한국 1승(이상 승점 3), 나이지리아·그리스 1패(이상 승점 0) 상태로 조별리그 2차전을 맞는다.

한국이 2차전 아르헨티나전에서 승리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허 감독도 솔직히 인정하는 부분이다. 한국은 아르헨티나와 비기면 최상이다. 설사 아르헨티나에 패한다해도 한국의 16강 진출 희망은 이어갈 수 있다.

다만 아르헨티나에 지더라도 1998년 프랑스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한국-네덜란드전 0대 5 패배처럼 대량 실점하는 경우는 무조건 피해야 한다. 마지막 순간에 골득실을 따져 16강 진출팀을 가려야 하는 상황에 대비해서다. 아르헨티나전은 한국의 골득실 관리가 중요한 경기다.

◇한국-나이지리아전이 B조 16강행 결승전=결론적으로 한국의 16강 진출 여부는 나이지리아와의 마지막 3차전에서 판가름날 가능성이 높다.

허 감독은 1차전 아르헨티나에 패한 나이지리아가 2차전에서는 그리스를 이길 것으로 예상한다. 조별리그 두 경기까지 아르헨티나 조 1위(2승·승점 6), 그리스 조 최하위(2패·승점 0), 한국과 나이지리아는 그 중간 어디쯤에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따라서 마지막 한국-나이지리아전은 이기는 팀이 무조건 조 2위로 16강에 오르는 ‘B조 16강행 결승전’ 비슷한 게임이 될 공산이 크다.

한 가지 중요한 점은 한국과 나이지리아 가운데 어느 나라가 최종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16강에 갈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지 여부다. 선수들이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속에 경기를 치르는 것과 무승부만 기록해도 된다는 생각으로 뛰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여기엔 다소 복잡한 방정식이 있다. 한국은 1차전 그리스를 이기고, 2차전 아르헨티나와 비길 경우 승점 4(1승1무)인 상태로 마지막 나이지리아전을 치른다. 1차전 그리스를 이기고, 2차전 아르헨티나에 지면 승점 3(1승1패)으로 나이지리아와 격돌한다.

나이지리아는 1차전 아르헨티나에 지고, 2차전 그리스에 이길 경우 승점 3(1승1패) 상황에서 한국과 만난다. 따라서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한국이 승점 4인 상황에서 나이지리아를 상대해 비기기만 해도 16강에 올라가는 모양새다.

한국이 승점 3으로 나이지리아전을 맞는다 해도 조별리그 두 경기까지의 골득실에서 나이지리아보다 앞서면 한국은 무승부만 해도 마찬가지로 16강에 오른다. 무승부는 골득실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가 나이지리아전에서 소나기골을 넣어주고, 반대로 한국은 아르헨티나전 실점을 최소화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쿠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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