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탈주민 "그 곳은 우리의 고향…팔은 당연히 안으로 굽는 것"

북한과 브라질의 축구 경기가 열린 16일 새벽 3시. 서울 강서구 김 모(41) 씨의 아파트에 새터민들이 옹기종기 둘러앉았다.

44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북한 축구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서였다.

북한이탈주민들로 구성된 A축구단 회원 6명은 탈북자로서 북한을 응원하는 것이 조심스럽다면서도 동포애는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대학생 유 모(29) 씨는 "(북한은) 정부에 적대국이지만 우리들에게는 같은 동포다. 운동 차원에서 응원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이 싫어서 떠나왔지만 그 곳은 우리의 고향이다. 팔이 안으로 굽는 건 당연한 것 아니냐"고도 했다.

북한 축구대표팀의 스트라이커 정대세 선수가 국가를 부르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서는 한동안 형언하기 어려운 침묵이 흘렀다.

TV 모니터에 북한 응원단의 얼굴이 비칠 때는 "아저씨들만 왔네"라며 웃음 섞인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반가운 표정으로 한 때는 같은 국민이었던 그들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봤다.

선수들이 공을 잘 다루지 못할 때는 "저런 개발..."이나 "아이 잘 좀 하지"처럼 자유로운 관전평이 쏟아졌다.

그러던 후반 10분, 기다렸던 첫 골이 브라질의 골문을 흔든데 이어 추가골까지 나오자 여기저기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경기종료 1분 전, 북한의 지윤남 선수가 짜릿한 만회골을 터뜨리자 새터민들은 서로 얼싸안으며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한 번 더 가자", "박지성처럼 정말 잘 찼다"는 등의 탄성이 쏟아졌다. "골 넣는 시간은 1초면 된다"며 자신감 있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날 경기결과는 2대 1로 브라질의 승리로 끝났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 이들은 대륙 너머에 있는 북한 선수들에게 수고의 박수를 보냈다. 그러면서 새터민들은 한 골을 넣은 것도 이변이라며 서로를 다독였다.

또 "세계 1위 팀을 상대로 이 정도 했으면 이긴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상대방을 위로했다.

새터민들이 만족감과 아쉬움을 반반씩 안고 하나 둘 자리를 뜨기 시작한 순간. 집주인 김 모(41)씨의 말이 여운을 남겼다.

"남북이 힘을 합쳐 유일팀으로 나간다면 브라질이 아니라 더 강한 팀도 이길 수 있을텐데…"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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