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월드컵 한국-아르헨티나전, 도내 곳곳 응원전…우도까지 붉은 물결 넘실

   
 
  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 B조 한국-아르헨티나전이 열린 17일 저녁 서귀포월드컵경기장에 모인 시민들이 "대한민국"을 연호하며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17일 제주도 전역에서 붉은 옷을 입고 목이 터져라 한국축구대표팀을 응원하던 도민들은 아르헨티나와의 2차전이 아쉬운 패배로 끝났지만, 16강 진출의 희망을 가슴에 담고 경기 종료 이후에도 "대한민국"을 외쳤다.

 이날 오후 7시30분 제주시 한라체육관, 서귀포월드컵경기장을 비롯해 바다 건너 우도체육관까지 제주도 전체가 붉은 함성으로 뒤덮였다.

 우리나라 축구대표팀 응원전이 열린 제주시 한라체육관은 경기 시작 전부터 뜨거운 용광로처럼 응원 열기로 가득했다. 특히 비날씨로 응원 현장이 한라체육관으로 바뀌면서 이곳의 열기는 사우나에 들어온 듯 후끈거렸다.

 도민들은 붉은 옷을 입는 것도 모자라 태극기를 목에 두르거나 빨간 뿔 모양의 머리띠, 나팔 등 각종 응원도구를 준비하는 등 열성적인 모습을 보였다.

 삼삼오오 제각각 짝을 이뤄 응원현장에 도착한 도민들은 축구가 시작되면서 함께 박수를 치며 열광하며 하나가 됐다. 특히 파도타기 응원을 할 때는 서로 연습하고 약속이나 한 것처럼 멋진 대형 파도를 만들기도 했다.

 도민들은 우리나라 축구대표팀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때로는 환호를, 때로는 탄성을 자아내며 중계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경기 초반부터 한국대표팀이 아르헨티나 선수들에게 끌려가면서 초조한 분위기가 이어졌지만, 전반 종료 1분여를 앞두고 이청용의 골로 분위기는 다시 역전되면서 승리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못했다.

 이어진 후반전에서도 한국 대표팀의 슛이 이어지면서 연신 탄성과 환호가 쏟아졌지만, 결국 4대1로 석패하자 도민들은 크게 아쉬워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3차전의 승리를 기원하면서 "대한민국"을 외치면서 태극전사들을 끝까지 응원했다.

 온 가족이 함께 빨간 옷을 입고 한라체육관을 찾아왔다는 안재영·고연화(53)씨 부부는 "지난 그리스전에 응원하러 못와서 가족들에게 미안했다"며 "두 아들인 동혁이와 동아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다"고 웃었다.

 축구부 전체가 함께 응원왔다는 이정택 어린이(화북초 6학년)는 "이렇게 축구 부원들과 함께 축구를 볼 수 있어 너무 좋다"며 "박지성 같은 축구선수가 되고 싶다. 너무 떨린다"고 말했다.

 외국인들도 서투른 우리말로 "대∼한민국"을 외치며 도민들과 하나가 됐다.

 캐나다 출신 대럴 쿠트씨(26)는 "내가 캐나다인이지만 이 (응원)분위기가 좋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며 "너무 흥분되고 재미있다"고 즐거워했다.

 붉은 물결은 바다를 건너 멀리 우도에까지 퍼졌다. 응원전이 열린 우도체육관에는 3D시청용 시연차량 3대, 일반 시청용 대형스크린 1대가 준비되면서 지역주민과 관광객을 붉은 물결에 휩쓸리게 했다.

 우도면사무소 김창종씨는 "지역주민들과 관광객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 뿌듯하다"고 말했다.

 서귀포월드컵 경기장 역시 열광의 한바탕 축제가 열렸다.

 이날 오후 늦게 간간이 떨어진 빗방울 때문에 많은 시민이 모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기우에 그쳤다. 수많은 서귀포 시민들은 대한민국 축구 국가 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 월드컵 경기장에 모였다.

 서귀포시는 이날 아르헨티나전이 시작되기 전에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현대자동차가 제공하는 붉은 악마 공식티셔츠 1000여장을 선착순으로 나눠주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또한 대형태극기와 제주유나이드 FC 소속 조용형 선수, 서귀포고 출신 정성룡 선수의 현수막도 마련해 전광판을 통해 응원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선수들이 운동장에서 뛰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윤주연씨(28·제주시 연동)는 "제주 월드컵 경기장은 월드컵의 상징이기 때문에 퇴근하고 직원들과 제주시에서 이곳을 찾았다"며 "비날씨에 어렵게 월드컵 경기장을 찾았는데 너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김태신씨(34·서귀포시)는 "한국 대표팀이 이길 것으로 기대했지만, 기대와 달리 한국팀이 져서 아쉽지만, 승패를 떠나 모두가 하나가 돼 응원하는 응원 축제를 만끽할 수 있어 좋았다"며 "오는 23일 나이지리아전에선 꼭 승리해서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이란 염원을 풀어주길 바란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김동은 기자 kde@jemin.com
 윤주형 기자 yjh153@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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