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포커스> 기후변화 민감한 제주, 위기를 기회로

   
 
  제주가 기상산업·기후변화 대응 메카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관련 인프라 및 전문인력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제주지방기상청.  
 

국립기상연구소·태풍센터·아시아기후변화교육센터 등 유치
제주기상청 부지 협소 향후 대응 한계…기상학과 신설 등 시급

제주는 기후변화대응의 중심지로 부각되면서 국가태풍센터가 설립된데 이어 앞으로 국립기상연구소, 기상감시센터, 아시아기후변화교육센터 등 국내외 기상 중추기관이 제주에 입주할 예정이다. 제주가 기상산업 및 기후변화대응 메카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전문인력 및 인프라 구축 등의 과제도 산적,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실정이다.
 
△제주 기후변화 위기가 대응 메카로 부각

온난화 등 기후변화로 인해 제주대표 작물인 감귤이 이미 전남 나주와 고흥 등 남해안 일부지역으로 북상했다. 또 고산식물은 한라산 구상나무가 기온상승으로 인해 고사위기에 처하는 등 생태계 변화가 심화되고 산림병 해충도 확산되는 실정이다.

제주바다도 역시 수온상승 및 해류변화로 인해 고래상어와 해파리 등 예전에 찾아볼 수 없었던 열대성 어종이 자주 출현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특히 제주바다는 수온 상승으로 인해 많은 열에너지를 갖고 있어 앞으로 제주에 영향을 주는 태풍 폭풍 해일의 강도가 점차 커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처럼 제주도가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가 높아지는 가운데 반대로 기후변화대응 연구 등을 위한 최적지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태풍의 길목인 제주에 국가태풍센터를 2008년 설립해 태풍에 대한 발생 및 진로분석 등의 역할을 맡고 있다.

또 내년께 제주고산기상관측소에 기후감지센터가 설립되며, 국립기상연구소가 서귀포시 혁신도시에 이전되며 연내 착공될 계획이다.

제주도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는 제주에 아시아기후변화교육센터를 건립해 공동 운영하는 양해각서를 지난 5월 체결하기도 했다.
 
△기상인프라 및 전문인력 양성 체계 구축 절실

이처럼 제주가 기상산업 및 기후변화대응 메카를 향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지만 아직 기상관측 및 연구 인프라와 인력확보 등에 있어 많은 숙제를 남기고 있다.

앞으로 제주지방기상청의 역할과 업무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입지문제 등으로 인해 기상관측 인프라 확충에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제주지방기상청은 제주시 건입동에 1923년 5월1일 제주측후소를 시작으로 4번의 신·증축을 통해 4778㎡ 대지에 957㎡의 건축물과 자동기상관측시스템 등으로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기상청의 입지는 정확한 관측을 위해 사방이 트여 레이더 및 통신, 풍향풍속 측정 등에 장애를 받아선 안된다. 하지만 제주기상청 주변은 주택가 및 상업지구가 형성되면서 주변 건축물들이 들어서 관측환경에 장애물로 작용될 우려를 낳고 있다.

제주기상청은 정확한 관측과 직원복지, 인력양성 등을 위해 현재의 3~4배 이상의 대지가 필요할 것으로 밝히고 있지만 적합한 부지 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제주지역에 기상 전문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체계적인 교육기관 및 시스템 구축이 절실한 상황이다.

국립기상연구소와 기후감시센터 등이 제주에서 운영될 경우 기상전문 인력만 수백명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립기상연구소와 제주기상청은 외부에서 기상전문인력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 도내에서 전문인력을 양성할 수 있도록 제주대학교 등 도내 대학에 기상학과 신설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도내 대학에서는 비용 등의 문제로 학과신설보다 연계전공 등을 고려하고 있어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또 기상기사, 기상기술사, 기상감정평가기사, 기상환경평가기사 등의 기상전문 자격증 획득 과정을 체계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제주, 기상·기후변화 연구 최적지"
인터뷰/김동호 제주지방기상청 예보팀장

   
 
  ▲ 김동호 제주지방기상청 예보팀장  
 
"제주는 기상산업과 기후변화대응 메카로서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어 앞으로 핵심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

김동호 제주지방기상청 예보팀장은 "현재 제주지역은 기후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위기에 놓여 있다"며 "오히려 이 때문에 제주는 기상관측 및 기후변화 분석, 대응책 연구 등에 최적지로 부각되는 기회도 얻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팀장은 "앞으로 제주지역에서 많은 기상전문인력이 필요하고, 외부지역에서 확보하기엔 한계가 있다"며 "도내 대학에서 기상학과를 신설해 전문인력을 체계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도내 해양공학과 물리학과, 화학과 등 학생들이 기상기사, 기상예보사, 기상환경감정기사 등의 자격증을 획득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시스템이 중요하다"며 "제주기상청 및 기상연구소의 전문인력을 활용한 강의시스템 구축 등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팀장은 "제주가 기상관련 산업과 기후변화대응 메카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제주지방기상청의 역할이 중요하고, 업무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현재 제주기상청 입지는 주택과 상업지구에 둘러싸이면서 인프라 확장에 한계가 있고, 관측장애 요인도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제주도와 도내 학계, 경제계, 기상관련 기관 등이 협조체계를 구축해 기상인프라 확충 및 전문인력 양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제주는 기후변화에 따른 위기를 기회로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현 기자 noltang@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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