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새벽 3시30분 한라체육관 응원 현장

 

▲ 남아공월드컵 나이지리아와 3차전 마지막 조별리그 경기가 열린 23일 새벽 한라체육관에는 5000여명의 붉은 악마 응원단이 '대한민국'을 외치며 응원전을 펼쳤다. 김대생 기자

경기가 끝나자 도민들은 어깨동무를 하고 서로를 얼싸안았다. 잠도 자지 않고 목이 터져라 외쳤던 노력들이 한번에 보상받은 모습이었다. 손에 땀을 쥐며 90분동안 졸였던 마음도 “대∼한민국”함성에 펑 뚫렸다.

23일 새벽 3시30분 잠을 잊은 붉은 함성은 제주에서도 크게 울려펴졌다.

이날 우리나라 축구대표팀과 나이지리아 대표팀 경기에서 도민들은 태극전사들에게 멋진 응원으로 어시스트를 했다.

응원전이 열린 제주시 한라체육관은 경기 시작 2시간 전부터 응원 열기로 서서히 달아올랐다.

이번 축구경기가 평일 새벽에 열리면서 많은 도민들이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도민들은 가족, 연인, 친구의 손을 잡고 체육관으로 들어섰다. 이날 체육관은 자리가 모자라 통로에도 서있지 못할 정도로 사람들이 가득했다.

대영(13)이와 대건(7)이 두 아들을 데리고 응원장을 찾은 안인철씨(49)는 “제주도민의 염원을 담아 16강을 넘어 8강, 4강에 갔으면 좋겠다”며 아이들과 함께 대한민국을 외쳤다.

우리나라 대표팀의 멋진 플레이가 나오면 가만히 자리에 앉아있지 못하고 다같이 일어나 함성을 질렸으며 나이지리아팀에서 선취골을 내주는 등 아쉬운 순간에는 안타까운 탄성이 나왔다.

이날 이정수 선수가 만회골을 넣고 박주영 선수가 역전골을 넣었을 때, 경기장은 함성과 흥분으로 가득했다. 게다가 우리나라 대표팀 16강 진출이 확정되자 도민들은 서로 얼싸 안고 경기장이 떠나갈 듯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을 외쳤다.

여자친구와 함께 응원장을 찾은 직장인 현동헌씨(29)는 “소리를 너무 질러 목이 쉴 지경이다. 16강에 진출했다는게 믿어지지 않는다”며 “이제 바로 출근이지만 전혀 피곤하지 않다”고 즐거워했다.

학창시절 가장 맛있다는 새벽잠을 포기하고 응원 현장에 나온 중·고등학교 학생들은 새벽잠보다 ‘더 달콤하고 기운나는’ 아침을 맞았다.

한국뷰티고 3학년 김지연 학생과 친구들은 “너무 기분이 좋다. 바로 학교가야 하는데 가기 싫은 정도”라며 해맑게 웃었다.

도민들은 밤샘 응원에 지친줄도 모른채 경기가 끝난 뒤에도 자리를 뜨지 못하고 승리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이날 흥에 겨운 사람들은 자동차 경적을 울리고 “대∼한민국”을 외치면서 흥겨움에 흠뻑 취했다.

한편 우리나라 대표팀의 16강 경기 응원전은 오는 25일 오후 10시부터 제주시 애향운동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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