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한국축구의 월드컵 도전사 한 페이지에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을 아로새긴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이 23일 새벽 3시 30분(한국시간) 남아공 더반에서 열린 2010 남아공월드컵 본선 B조 나이지리아 경기에서 2-2 무승부를 기록, 조 2위로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지난 2002년 일본과 공동개최한 한일월드컵에서 16강을 훌쩍 뛰어 넘어 4강 신화를 이루기도 했지만 그 이후 열린 2006 독일월드컵에서는 16강 진출에 실패하는 등, 원정으로 치른 월드컵에서는 16강은 커녕 1승도 쉽지 않았다.

오랫동안 아시아 축구의 맹주로 자리매김하면서도 한국에게 있어 월드컵 16강은 먼 과제였다. 한국이 월드컵 본선무대에 첫발을 내딛은 것은 1954년 스위스 월드컵. 당시 아시아에 1장 배당된 티켓을 획득해 출전했지만 예선 두경기에서 헝가리에 0-9, 터키에 0-7 대패하며 씁쓸히 귀국길에 올라야 했다.

이후 32년만인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 한국은 재등장했다. 한조에 묶인 것은 아르헨티나, 이탈리아, 불가리아로 죽음의 조로 불릴만했다. 한국은 이 대회에서 1무2패를 기록했지만 1차전 아르헨티나전에서 박창선이 월드컵 사상 첫 골을 기록하는 감격을 맛봤다.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 화제가 되었던 '선수' 디에고 마라도나와 허정무의 맞대결이 이뤄진 것도 이 무대였다.

멕시코 월드컵을 시작으로 한국은 월드컵 본선 단골 손님이 됐다. 그러나 성적은 희망적이지 않았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 출전한 한국은 스페인, 벨기에, 우루과이와 한조를 이뤘지만 3전 전패, 1득점 6실점으로 초라한 성적을 냈다.

1994 미국 월드컵 본선은 출전에서도 애를 먹었다. 아시아 지역예선에서 '도하의 기적'을 통해 3회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한 한국은 강호 스페인과의 첫 경기에서 2-2로 비김으로써 16강 진출에 청신호를 켰다. 그러나 조 최약체로 꼽히던 볼리비아전에서마저 무승부를 기록, 아쉬움을 남겼고 강호 독일과의 경기에서 2-3 패했다.

비록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강호들을 상대로 선전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한국은 16강 진출이 멀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4년뒤 열린 프랑스 월드컵에서 한국은 대회 도중 차범근 감독이 경질되는 최악의 사태를 겪는 등 1무 2패로 초라하게 돌아서야 했다.

홈에서 맞이한 2002 한일월드컵은 한국 축구 역사를 완전히 새로쓴 계기가 됐다. 네덜란드 출신 명장 거스 히딩크 감독을 영입한 한국은 강인한 체력을 바탕으로 한 압박축구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조별리그 첫 경기였던 폴란드 전에서 2-0으로 완승, 월드컵 본선 첫 승을 기록한 한국은 미국과 1-1 무승부, 강호 포르투갈전에서 1-0 승리를 거두며 조 1위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그 이후 16강에서 이탈리아, 8강에서 스페인을 연이어 격파하며 한국은 4강 신화를 이룩, 세계축구에 충격을 안겼다.

2002 한일월드컵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한 한국은 4년 뒤 열린 2006 독일월드컵에서도 신화 창조를 노렸다.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이 목표였다. 토고, 프랑스, 스위스로 짜여진 조 편성도 크게 나쁘지 않았다. 첫 상대였던 토고와의 경기에서 2-1 역전승을 거두고 최강팀 프랑스를 상대로 1-1 무승부를 기록하며 한국의 16강 진출은 성큼 다가와 있는 듯했다. 그러나 마지막 스위스 경기에서 한국은 0-2로 패하며 또 한번 아픔을 맛봐야 했다.

그리고 2010 남아공 월드컵. 사상 최강의 멤버로 평가받은 허정무호는 신구 선수의 절묘한 조화를 앞세워 더이상 한국축구가 우물안 개구리가 아님을 보여주며 길고 길었던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사에 환희에 찬 기록을 남기게 됐다.<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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