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北 결정타' 없이 끝난 안보리 논의..정부의 '외교적 승리' 주장은 섣불러

   
 
   
 
남아공월드컵 16강전에서 한국과 우루과이의 경기는 생각할수록 지금도 너무나 아쉽기만 하다.

우리팀이 볼 점유율 54-46(%)과 슈팅수 15-14(개)에서 앞서며 시종 경기를 주도했지만 결과는 1-2의 석패로 끝이 났기 때문이다.

오심(誤審) 논란에도 불구하고 축구의 승부가 점수로 판가름나는 이상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그래도 많은 국민들은 대표팀의 선전에 큰 박수와 격려를 보냈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에서도 드러났듯 우리팀의 '골 결정력 부재와 수비 불안'은 여전한 과제로 남았다.

그렇다면 유엔 안보리 '특설링'에서 열렸던 한국과 미국, 북한과 중국의 '천안함 태그매치'는 어떻게 끝이 난 것일까?

이 시합은 사실상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으로 진행된 '태그매치'였다. 시작부터 여러 난관들도 뒤따랐다.

북한은 천안함 시합 자체가 아예 성립되지 않는 사안이라고 주장하면서 링에 오르기를 거부했고,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은 북한을 거들었다.

논란을 거듭한 끝에 對北결의안이 아닌 법적 구속력 없는 의장성명을 도출하는 선에서 승부를 내기로 '타협의 룰'이 정해졌다.

이는 곧 유엔 안보리의 천안함 논의가 상대방을 녹아웃(KO)시키는 것을 배제하는 판정승부로 결론이 날 것임을 예고한 대목이었다.

이후 천안함 태그매치는 지리한 공방이 이어졌고, 심판을 맡은 안보리는 고심 끝에 '애매모호한' 판정을 내린 뒤 서둘러 경기 종료를 선언했다.

천안함 사건의 당사자격인 한국과 북한의 주장을 모두 성명 문안에 포함시킴으로써 그 누구의 손도 명시적으로 들어주지 않았고, 전체 11개 라운드의 점수도 매기지 않았다. 다만 11개항의 의장성명을 통해 각 라운드에 대한 평가를 첨부했을 뿐이다.

애매한 판정결과에 양측은 서로가 승리한 경기라고 주장하며 링 밖에서 판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한국과 미국은 "의장성명이 천안함 사건에 대한 북한의 책임을 적시했다"면서 '공격', '규탄', '개탄' 이라는 표현이 담긴 성명의 전체적인 맥락은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점을 명백히 드러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11개 라운드 중 '북한이 천안함 침몰에 책임이 있다는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에 비춰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 '안보리는 천안함 침몰을 초래한 공격을 규탄한다'는 5, 7 라운드의 평가를 내세우며, 이같은 평가는 우리의 승리를 인정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 표결 거부권을 가진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해 만장일치로 의장성명이 채택된 점 역시 국제사회의 일치된 대응을 상징하는 것인 만큼 사실상 우리가 경기를 압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맞서 북한은 자신들의 "위대한 외교적 승리"라고 큰소리를 쳤다. 실제로 안보리 의장성명은 북한을 천안함 사건의 직접적인 공격 주체로 표기하지 않았다.

더욱이 6라운드 평가에서는 '안보리는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하는 북한의 반응, 그리고 여타 관련 국가들의 반응에 유의한다'고 적시함으로써 천안함 사건과 무관함을 주장해온 북한의 입장을 받아들였다.

따라서 북한과 중국 입장에서는 이같은 의장성명 제 6항이 한.미 양국의 주장을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다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결국 이번 '천안함 태그매치'를 축구 경기에 비유해 본다면 한.미 양국은 볼 점유율과 슈팅 수에서 경기를 압도했지만 '북한을 천안함 공격의 주체로 명시하는' 골을 넣는 데는 실패했고, 북한과 중국은 철벽 '빗장 수비'의 위력을 과시하며 점수를 내주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한.미, 북,중이 모두 안보리 판정에 대해 공개적으로 오심(誤審)을 제기하지 않은 이상 천안함 사건은 외교적으로는 0-0 무승부로 경기를 끝낸 셈이 됐다.

미국의 유력 신문인 워싱턴포스트는 유엔 안보리가 천안함의 침몰을 불러온 공격을 규탄하면서도 북한을 겨냥한 직접 비난은 피하면서 남북한 모두에게 숨쉴 수 있는 공간, 이른바 '휴식처(breathing room)'를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전문가들을 인용해 안보리 의장성명은 결국 북한을 6자회담으로 끌어내기 위한 서방과 중국의 타협이라고 보도했다.

이제 천안함 침몰사건은 국민적 분노와 충격을 뒤로 한 채 국제사회를 무대로한 외교적 마침표를 찍었다. 그러나 천안함 사건은 우리 정부에게 많은 과제도 안겨줬다.

지금 정부가 해야할 일은 복잡하게 이해관계가 얽힌 국제사회의 현실을 너무 섣부르게 판단한 것은 아닌지, 또 외교 전략에는 문제가 없었는지를 차분히 반성하면서 '포스트 천안함'에 철저하게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천안함 사건을 안보리에 회부하면서 국제사회의 일치된 '대북 규탄' 메시지를 도출해내겠다고 '승리'를 장담해 국민적 기대치를 잔뜩 높였던 만큼 외교력의 한계을 보여준 '골 결정력 부재'를 겸손하게 인정해야만 한다.

또 간과해서는 안될 것은 우리가 '천안함 경기'를 압도했다는 평가의 주체는 정부가 아닌 국민이라는 점이다.

우루과이에게 석패한 축구대표팀은 국민들의 큰 박수와 격려를 받았지만, '천안함 외교 승리'를 주장하는 정부는 국민들로부터 똑같은 박수를 받지는 못하고 있다.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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