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포커스> 새 국면 맞은 해군기지 건설사업

   
 
  우근민 도지사는 지난 6일 강정주민들을 만나 해군기지 문제 해결을 도정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주민 편에 서겠다고 밝혔다.  
 
전임 도정·해군의 일방적 사업 추진 강정주민 신뢰도 사라져
해군, 변화된 상황 수용 전향적인 자세로 갈등 해결 나서야

우근민 제주도정은 제주지역사회의 최대 갈등 현안인 제주해군기지 갈등 문제에 대해 합리적 중재자의 역할을 통해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자신감을 거듭 밝히고 있다. 하지만 해군기지 문제 해결에 대한 강한 의지만큼이나, 실질적인 해법이 제시될 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강정마을이 제주해군기지 건설사업 예정지로 확정된 이후 3년간 만들어진 지역사회내 갈등의 골을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풀리지 않는 해군기지 갈등

지난 2007년 6월8일 강정마을이 제주해군기지 건설지역 후보지로 확정됐다. 이로 인해 수백년간 이어져오던 마을공동체는 해군기지 건설사업 찬·반으로 나뉘면서 순식간에 붕괴됐다.

후보지 확정 이후 3년간 강정마을 찬·반 주민들은 서로간 적대시하는 것은 물론 심지어 형제자매, 친척간에도 왕래도 끊어지는 등 조용하고 평화로웠던 농촌마을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게 됐다.

사업 후보지 확정 과정에서 이뤄진 여론조사 등에 대해 절차상의 문제가 제기됐지만, 제주도정을 업은 해군은 반대 주민과 시민단체들의 주장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해군기지 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해군기지 반대 투쟁에 나섰던 강정주민 수십명은 전과자가 되거나 전과자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

지난 3년간 해군기지 갈등 과정에서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강정주민들은 후보지 확정 과정에서의 절차적 정당성과 입지 선정의 정당성 등 2가지 사항을 줄곧 요구해왔다.

하지만 김태환 전 제주도정은 국책사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이같은 주민들의 요구는 묵살한 채 오히려 해군의 입장에 서서 사업추진을 지원해왔고, 도민의 대의기구인 제주도의회는 애써 주민을 외면해 왔다.

결국 지난 3년간 제주해군기지로 인해 지역사회내 갈등의 골은 깊어져만 가고 있는 상황이다.

△변화되는 해군기지 문제

해결 기미조차 보이지 않던 해군기지 갈등 문제가 우근민 제주도정 출범 이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우근민 제주도지사는 도지사 후보 시절부터 취임 이후까지 지속적으로 갈등 해결을 통한 제주지역사회 통합을 도정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우 도지사는 해군기지 문제 해결을 각종 갈등 현안 가운데에서도 우선적으로 해결할 과제로 강조하면서, 해군기지 갈등 해결에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우 지사는 취임식 당시 취임사를 통해 "정말 안타까운 것은 400∼500년 전에 설촌이 된 강정마을 안에서 형제끼리도 명절을 같이 안 지낼 정도로 갈등이 심하다는 것"이라며 "강정마을 해군기지를 둘러싼 반목과 대립을 합리적으로 조정해서 갈등 문제를 해결, 도민 대통합의 전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우 지사는 지난 6일 강정주민들과의 첫 만남에서도 "해군기지 문제는 도지사 취임 후 첫 번째로 해결할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며 "마지막까지 강정주민들에 편에 서 있겠다"고 약속하는 등 해군기지 문제에 대해 전 도정과 전혀 다른 입장으로 보이고 있다.

실제 우근민 제주도정 출범 이후 고창후 서귀포시장이 강정마을을 찾아 주민들과의 대화를 통해 변화된 제주도정의 입장을 전달하는 것은 물론 지난 9일에는 주민갈등 해결을 위해 해군기지 건설을 위한 현장사무소인 가설건축물 공사에 대한 중지 명령을 내리면서 의미있는 행보에 나서고 있다.

제9대 제주특별자치도의회도 이같은 우근민 제주도정의 입장에 보조를 맞추면서, 해군기지 문제 해결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나라당이 다수석을 차지했던 8대 도의회와 달리 9대 도의회는 민주당·민주노동당·국민참여당 등 야권연대가 성사되면 과반수를 넘는 의석수가 확보대 의회 운영에 주도권을 잡고, 각종 갈등 현안에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문대림 도의회 의장은 "지금까지 적법한 절차의 원리, 적정 보상의 원리 등이 이뤄지지 않아 해군기지를 둘러싼 갈등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의회 차원의 계획을 갖고 가는 것은 물론 의회에서 답을 제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도의회 역시 해군기지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신뢰 회복이 '우선'

해군기지 문제 해결을 위한 첫 단추로 제주도정에 대한 강정주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3년간 김태환 제주도정은 해군측과 동조해 일방적으로 해군기지 사업을 추진하면서 도정에 대한 강정주민들의 신뢰감을 확보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강정주민들과의 대화창구를 스스로 단절시키면서 주민들과 적대적 관계를 유지해왔다.

해군측도 역시 해군기지 사업 추진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사업 추진에만 급급하면서 주민의견을 묵살해왔다.

이에 따라 우근민 제주도정이 해군기지 문제 해결을 위해 이해당사자인 강정주민들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신임 도정에 대한 신뢰감 회복이 우선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제주도의회 역시 그동안 해군기지 문제 해결을 적극적으로 나서달라는 강정주민들의 요구를 외면하면서 도의회에 대한 신뢰감이 땅에 떨어진 만큼,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이와 함께 해군측도 이같은 제주도정과 도의회의 변화된 입장을 적극 수용, 전향적인 자세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이는 해군이 지금까지처럼 국책사업이라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경우 제주도정과 도의회는 물론 도민 사회의 반발까지도 각오해야 되는 상황에 이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해군기지 사업 추진 여부를 떠나 국민을 위한 국가기관으로서, 그동안 제주사회를 분열시킨 갈등 원인 제공자로서, 앞으로 이뤄지는 갈등 해결 과정에 변화된 모습으로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영헌 기자 kimyh@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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