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위, 최근 진실규명결정서 유족들에 보내…195명 확정 통보·20·30대 78.9%
희생자 최고 1300여명 추정·무고 등에 의한 희생 확인 등 해결해야할 과제 더 많아

한국전쟁 발발 직후 제주 주둔 해병대 사령부의 계엄령 선포는 불법으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국군이 비무장 민간인을 집단 살해한 명백한 위법행위임이 공식 확인됐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최근 ‘제주예비검속사건(제주시·서귀포시) 진실규명결정서’를 통해 희생자들이 법적 근거 없는 불법적 행위에 의해 집단 살해됐음을 밝혔다. 이들 결정서는 진실화해위에 사실확인을 요청한 도내 예비검속 희생자 유족들에게 전달됐다.

진실화해위는 2005년 12월부터 2006년 11월말까지 한국전쟁 직후 제주도 내 민간인 희생과 관련해 접수된 293건·195명에 대해 조사를 벌여왔으며, 이들 모두가 당시 희생자로 확인됐다.

진실화해위가 신청인과 참고인 진술, 경찰 공식문서를 통해 확인한 결과 예비검속을 통해 서귀포서 관내에서 150~300여명, 제주서 관내에서 1000여명의 민간인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됐다. 이들은 최소 두 차례(1950년 7월 중·하순, 8월 중순께)에 걸쳐 당시 제주읍 정뜨르와 산지항에서 집단 총살 또는 수장 당했다.

신원이 확인된 195명 중 20대와 30대가 154명으로 전체 78.9%를 차지하는 등 가장 활동적인 청년세대가 예비검속의 주요 대상이었음이 확인됐다. 희생자 중 95.9%가 남성으로 교사(12명)·공무원(10명)·이장(6명)·기자(1명) 등 사회지도층 인물 33명의 신분도 파악됐다.

진실화해위는 대부분이 제주4·3사건과 관련됐다는 이유로 요시찰 대상자로 관리하던 귀순자·자수자·석방자였지만 이들의 가족과 무고나 모략 등 개인적인 원한관계에 따른 희생자도 다수 포함돼 있는 등 정부의 예비검속이 법적 근거나 기준 없이 실시됐음을 확인했다.

특히 사건의 발단이 된 경찰의 불법적인 예비검속과 적법한 절차 없이 예비검속자를 총살 또는 수장한 제주지구 계엄사령부(제주도 주둔 해병대사령부) 등을 아울러 사건 관련 가해 책임을 상급 수준으로 확대할 때 정부 차원의 책임을 간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는 이들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국가에 대해 피해 유족들에게 공식적인 사과와 함께 피해 보상 조치 강구를 권고했다. 또 피해 유족들의 위령사업을 지원하고 유족들이 원할 경우 별도의 법적 절차를 거쳐 잘못된 가족관계등록부를 정정하고 역사 기록도 수정하도록 했다.

이번 결정서로 형 양봉석씨의 억울한 죽음을 공식 확인한 삼면유족회 양봉천씨(64)는 “조금이지만 분이 풀리는 기분이다”면서도 “삼면원혼위령제단에 모셔진 이름만 80명이 넘는 등 아직 해야할 일이 많은데 진실화해위가 해체돼 아쉬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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