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타에 임금 체불 건수 증가추세…20t 이상 외국인 선원 처우도 부실

제주에서 선원으로 일하던 중국인 A씨(36)는 끔찍한 그날을 잊지 못한다.

지난 4월 A씨는 어선에서 한국인 선원과 말다툼을 벌였다. 한국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A씨에게 한국인 선원은 "나에게 대드는 것이냐"며 그물을 던질 때 사용하는 무게추로 A씨의 머리를 가격했다. 왼쪽 머리를 맞은 A씨는 그 자리에서 기절했다.

겨우 정신을 차렸지만 부상을 입은 몸으로도 계속 조업활동을 해야 했다. A씨는 다친지 일주일이 넘어서야 겨우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폭행을 당한' A씨는 억울하게도 이번 부상이 '본인 부주의' 때문이라고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폭행으로 신고했을 경우, 조사기간이 길고 가해자가 치료비를 보상하지 않겠다고 억지를 부린다면 단 한푼도 보상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A씨는 산업재해 처리를 통해 입원비 등을 받을 수 있었지만 억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이처럼 외국인 노동자들이 고용주 등의 폭행, 임금체불 등으로 힘든 생활이 이어지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도내 외국인 근로자는 모두 2563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제주이주민센터에 따르면 지난 2006년 326건이던 이주노동자 고충 상담은 지난해 432건으로 늘었으며 올해 상반기에만 286건이 접수된 상태다. 올해 상반기 임금체불 상담 건수는 54건, 폭행 31건 등으로 지난한해 동안 상담 건수인 64건, 31건에 육박하는 등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지역적 특성상 제주에는 배를 타는 외국인 선원들이 많지만 이들에 대한 처우는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도내 외국인 노동자의 37%를 차지하는 20t 이상 어선에서 일하는 외국인 선원들은 직업적 특성상 폭력과 임금체불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고 선원법 적용을 받으면서 업무강도는 높지만 임금이 낮아 불만도 높은 상황이다.

20t 미만 어선의 경우, 최저 임금을 보상받지만 20t 이상은 80만∼90만원 가량의 임금을 받고 이마저도 체불되는 경우가 많다.

제주이주민센터 관계자는 "일부 사업체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의 도주 등을 우려해 여권과 신분증 등을 압수하는 등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복지적 혜택을 전무한 상황"이라며 "통·번역 지원소 등 적극적인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동은 기자 kde@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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