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들어 각 사회단체나 공공기관, 그리고 개인은 금년 한 해의 봉사활동을 마무리하는 행사를 준비하거나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하느라 한창이다. 필자도 제주대학교 사회봉사센터가 해온 그간의 활동을 돌아보면서 '진정한 봉사의 의미는 무엇일까'를 생각해 본다. 우리는 정말 누군가를 도와주었는가? 어떤 수준에서 도와주었는가? 아니면 방해하고 있지나 않았는가?

 봉사의 정신은 자발성과 조건 없는 사랑으로 특징지어진다. 자발성이란 삶에 있어서 보이지 않는 저항을 극복하고 기꺼이 참여하는 마음이다. 이러한 자발성을 가진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진실로 대하고 어떠한 밑바닥 일이나 사람을 대하더라도 수치심을 느끼지 않는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을 도우려는 마음을 품고 있으며 사회의 선에 이바지한다. 그리고 사랑은 조건 없고 변함이 없으며, 표면의식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가슴에서 흘러나오는 것이다. 사랑은 다른 사람들의 생명을 고양시켜주고 그 동기의 순수성으로 인해 크나큰 성취를 이루게 한다.   

 이와 같은 마음으로 봉사를 하는 사람들도 때로는 봉사에 대해 회의를 느낀다. 그들은 다른 사람을 보살피거나 관심을 갖는다는 것에 부담스러워 하거나 마음이 닫혀지기도 한다. 마음이 닫혀지기 시작함에 따라 봉사로 인한 기쁨과 열망이 냉담과 체념으로 변한다. 이를테면 간호사는 그 동안 아픈 사람들을 대하는데 진력이 나서 환자의 팔에 꽂은 정맥주사를 약간 퉁명스럽게 빼기도 한다. 보호관찰관은 그 동안 출소자들의 행동에 전혀 변화가 없는 것을 보고 그들에게 아주 냉소적으로 대한다. 자원봉사자도 되풀이되는 일에 신명이 나지 않아 그만 두고 싶어진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의 마음으로부터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관대함이나 사랑보다도 더 많은 어떤 것이 봉사활동을 하도록 하는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의미한다. 환경이 일으키는 많은 욕망들, 즉 책임감이 있고, 유용하고, 도덕적이고, 가치 있고, 내 자신이 필요하게 보여지게 하는 욕망들이다. 이러한 욕망들이 바로 우리의 순수한 동기를 방해한다.  

 봉사는 동기의 순수성과 그 행위가 하나가 되는 것이다. 우리의 행위자체와 완전히 하나가 되어서 단지 우리가 행동하고 있다는 것이 전혀 생각나지 않는 그런 상황일 때 참된 봉사를 경험할 수 있다. 교실에서 책을 읽을 줄 모르는 아이와 더불어 있을 때, 환자의 침대 가에서 농담을 할 때, 혹은 다른 사람의 불행에 귀를 기울이고 있을 때 바로 그 순간에 우리는 자유를 경험하게 된다. 모든 게 그냥 일어나고 있을 뿐이다.

 테레사 수녀는 죽어 가는 문둥병자를 안아 올리기 위해 몸을 굽힐 때 거기에서 "고난에 찬 모습으로 변장한 예수의 모습"을 본다. 그녀는 죽어 가는 문둥병자를 돕고있는 것이 아니다. 그녀는 신을 사랑하고 있다. 그녀가 누구와 함께 있던지 간에 그들에게서 완벽함과 아름다움의 전 우주적인 특성을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도움을 준다는 것은 경외감, 예찬, 감사의 행위여야 한다. 나는 누군가를 참으로 도와주고 있는가?<박태수·제주대 교수·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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