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혜경 논술강사

세상을 살아가면서 겪는 수많은 일들 중에서 "원래 다 그런 거야!"라는 말을 들으면서 겪어야 하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어 부모님께 못해드린 일들에 대한 뒤늦은 후회, 시험이 끝난 뒤에 반드시 하는 굳은 다짐들, 결혼에 대한 상상과 평범함, 그리고 둘째 아이의 임신과 출산에 대한 반응 등이 그런 것들이다.(물론 이것보다 아주 많겠지만!) "원래 다 그런 거야!"라는 반응을 접할 때면 "맞아, 다 그렇지, 뭐!"라고 자기 위안을 하지만 곧 밀려드는 자기만의 후회와 아쉬움, 미안함은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2년 전 첫 아이를 가졌을 때 나와 남편은 말할 수 없는 기쁨과 설레임, 하루하루 커가는 기대, 그리고 철저한 조심성과 인내심으로 첫 아이를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렸었다.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며 먹고, 좋은 공기를 마시기 위해 숲을 산책하고, 책읽기와 노래를 매일 들려주었다. 그런데 둘째 소식을 접했을 때 우리는 오롯이 기쁨만을 느끼지 못하고 기쁨과 동시에 쑥스러움과 걱정을 함께 느꼈다.(남편은 100%의 기쁨을 자신했지만, 순간 흔들렸던 눈동자를 나는 보았다^^) 어쨌든 그냥 무심히 살다보니 열 달이 흘렀고, 행복한 산책 운동을 대신해서 집안일과 첫째 돌보기, 몇 번의 대청소를 했더니 둘째 녀석이 "응애~"하고 세상에 나왔다. 정말 세상의 모든 둘째 부모들이 다 그렇게 겪었을까 싶을 정도로 무심하게 귀한 내 둘째 아이를 만났다. 

둘째를 임신하는 기간 동안 내가 제일 많이 들었던 소리는 "원래 둘째는 다 그래! 미안해하지마! 둘째 녀석들은 뱃속에서부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 깨달음을 얻고 나와서 생존력은 강하잖아!"라는 위안 아닌 위안의 말이었다. 그럼 나는 금새 "그렇겠죠? 인생 선배님들의 말씀이니까!"라고 응대하면서 둘째 녀석에 대한 수많은 미안함을 한 바가지씩 버려냈었다. 그런 뻔한 말이라도 자주 듣고, 그 염치없는 반응이라도 하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도 둘째 녀석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건강하고 씩씩하게 우리 부부의 모습을 반씩 닮은 모습으로 내 곁에서 방긋방긋 웃는 아이를 이렇게 행복하게 바라보지 못했을 것이다.  

"아들아! 엄마 뱃속에서 열 달을 보내면서 서럽고, 힘든 일 많았지? 네 마음도 몰라주고, 너 힘든 것도 몰라주고, 아빠랑 엄마는 누나만 챙겨서 기분 상했지? 미안하고 미안해! 그렇지만 이것만은 알아주렴! 아빠랑, 엄마랑 누나는 씩씩하고 튼튼하게 우리 곁에 와 준 너를 아~주 많~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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