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이어지던 폭염도 한풀 꺾인 듯 하고, 바야흐로 천고마비의 계절, 독서의 계절이라고 불리는 가을이가 성큼성큼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이 가을에 가볍게 그리고 온 가족이 함께 읽어 볼만한 그림책 한 권을 소개할까한다.

'프레드릭'

2002년 시공주니어에서 나오기 전에는 '잠잠이'라는 이름을 달고 분도출판사에서 출판되었던 책이며 미국 칼데콧 아너 상을 수상한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을 쓰고 직접 그림을 그린 지은이 레오리오니는 1910년에 네덜란드에서 출생해서 1939년에 미국으로 이주해서 자신의 손자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다가 동화작가가 된 작가로도 유명하다.

'프레드릭'은 겨울을 준비하는 들쥐 다섯 마리의 겨울나기 이야기인데 프레드릭이라는 제목은 그 다섯 마리의 들쥐 중 한 들쥐의 이름이다.

다섯 마리의 들쥐들은 겨울을 나기위한 양식을 모은다. 그런데 다른 네 마리의 들쥐들은 콩이며 낟알 곡식들을 모으기에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그 중에 한 마리 프레드릭만이 햇살, 색깔, 이야기를 모은다며 돌 틈에 동그마니 올라앉아 꼼짝을 않는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눈에 보이지도만져지지도 않는 그런 것들을 어떻게 모으느냐며 빈정대거나 일은 않고 꾀만 부린다고 따져드는 들쥐가 한 마리도 없다는 거였다. 친구를 있는모습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네 마리의 들쥐들!

시간이 지나고, 먹을 것이 다 떨어진 돌 틈에서 네 마리 들쥐들은 프레드릭이 모은 햇살과 색깔 그리고 이야기들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며 감정이입을 한다. 게다가 프레드릭에게 시인이라는 호칭까지 선물을 한다. 필자에게 가장 강하게 인상을 심어준 대목이기도 하다.

프레드릭을 믿어 준 들쥐 네 마리, 그런 친구들이 없었다면 과연 프레드릭은 이야기의 결말처럼 시인이라는 호칭을 얻을 수 있었을까?

게다가 "프레드릭, 넌 시인이구나!"하는 친구들의 말에 "나도 알아!"라고 대답을 하는 대목에서는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나라 정서라면은 "아니야, 뭐……." 등 겸손의 말로 표현을 했을 터인데, 친구들의 말에 '나도 알아'라고 대답을 할 수 있는 프레드릭!

자기를 사랑하고 믿는 자존감이 없이는 어떻게 그런 대답을 할 수 있었겠는가!

자존감이 갖은 긍정의 힘을 생각하며, 이 이야기와 비슷한 내용으로 이솝이 지은 '개미와 베짱이'를 살펴보면 두 이야기의 결말은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개미와 베짱이'와 '프레드릭'이 탄생되어진 시대적 배경도 차이가 있었겠지만, 결말을 살펴보면 자존감을 가진 프레드릭과 자존감을 갖지 못했던 베짱이는 확연히 다른 결말을 만든다.

이 두 이야기를 서로 비교해보면서 자녀들과 부모님의 독서토론 시간도 가져보고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자존감이 갖는 긍정의 힘에 대해서도 자녀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어떨지……, 그림책 '프레드릭'을 가을로 들어서는 들머리에 서서 권해본다. <동화작가 장수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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