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떻게 해도 좋으니 가족만큼은 제발 건들지 말아달라”

영화나 드라마, 소설에서나 나옴직한 말이 70대 아버지의 입에서 나올 줄을 생각도 못했다. 그것도 지극히 평범한 평일 오전에. 16일 제주영상위원회의 기자간담회를 정리하는 자리에서 임원식 운영위원장은 끝까지 억눌렀던 감정을 이 한 마디로 표현했다.

도내 영화 및 사회·예술단체 일부로부터 ‘방송영화드라마제작비 지원 과정에서 직계가족 심사 등 공정성·전문성 고려 않은 몰지각한 행태’를 벌인 장본인으로 지목 받은 직후라 어떻게든 그에 대한 언급이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예상과는 거리가 있는 말에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

간담회 내내 ‘자신이 잘못했다’며 “함께 심사에 참여했던 이사·운영위원들에게 미안하고 송구스럽다”고 말을 아끼던 임 운영위원장은 기자들의 몇 차례 질문에도 관련 성명에 대한 입장을 말하지 않았다.

그런 그의 말은 그렇다고 감정에 호소하겠다는 의도도 깔려있지 않았다. 다만 지나치게 보편적이어서 미흡한 규정들로 인해 벌어진 일들로 자신이 아닌 자식들에게까지 편치 않은 화살이 겨눠진데 대한 아버지로서의 미안함과 현 사태에 대한 자괴감 등이 복합적으로 느껴졌다.

현직 운영위원장으로 어떻게든 논란이 된 부분에 있어 보완하겠다고 공식 약속을 했고, 문제가 된 작품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어떤 답이 나올지 기다려야 할 시점에 다시 뜻을 관철할 ‘후속타’가 있다는 말이 들린다. 손바닥도 마주 쳐야 박수가 되지 한 쪽만 휘두르는 것에는 박수란 이름이 붙지 않는다. 최근 많이 쓰이는 대화와 타협, 긍정적 결과의 도출이란 말이 간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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