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아영 일본 리츠메이칸대 교수 4·3국제심포지엄 ‘일본의 4·3사건 추도사업…’주제 발표서
“재일 3·4세대 기억 단절 통한 4·3 퇴색 우려”, 중학생 이해 수준 4·3텍스트 구상 등 소개해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이데올로기의 비극 4·3 추도사업을 재일제주인의 미래와 맞물려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8·9일 제주대 국제교류회관에서 열리는 4·3 62주년 기념 ‘기억의 구술과 역사-4·3의 경험과 재일제주인, 그리고 현대사’주제 심포지엄에서 재일제주인 2세대인 정아영 일본 리츠메이칸대 교수는 “역사는 산자의 몫”이라고 전제하고 “제주 밖에서의 역사이자 재일제주인의 연속성을 위해서라도 일본에서의 4·3추도사업에 무게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사전 공개한 ‘일본의 4·3사건 추도사업과 재일동포-2세들의 체험과 사상’주제 발표문에서 일본 사회에 있어서 4·3을 둘러싼 움직임과 그 의의를 설명했다.

현재 일본에서 ‘제주 4·3사건을 생각하는 모임·오사카’주축 멤버로 활동하고 있는 정 교수는 재일제주인 2세 이후 세대에게 4·3사건이란 무엇인지, 일본 땅에서 4·3희생자를 계속 추도하는 의미는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지속적인 재검증을 거듭 강조했다.

지난 1988년 4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주도 4·3사건 40주년 추도 강연회’를 일본에
서의 본격적인 4·3사건 희생자 추도행사로 꼽은 정 교수는 “당시에는 재일제주인 출신자에 의한 추도행사였지만 20여년이 지난 지금은 재일한국인은 물론 일본인을 포함한 광범위한 사람들에 의한 추도 행사로 변화했다”고 말했다.

이는 4·3사건의 배경이 민족분단과 동서냉전 등 정치성과 이데올로기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 정 교수의 분석이다.

정 교수는 “일본에서의 4·3추도사업은 정치나 이데올로기 대립과 표리 관계로 인해 신중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민단과 조총련 모두 4·3추도사업에 대해 냉담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으며 재일제주인 2세들 역시 역사적으로 만들어진 분단과 대립의 구조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그 예”라고 밝혔다.

정 교수는 또 “재일 1세대의 체험을 전하는 것은 1세대가 남긴 사회적 과제에 2세대가 직접 직면하는 것으로 의미가 크지만 재일 1세대의 고령화과 심화되고 2세대 역시 나이를 들면서 ‘풍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며 “4·3추도사업에 적극적으로 참가하려는 재일 3~4대는 아직 많지 않으며 추도사업이 체계를 잡지 못한 상태에서 세대교체가 이뤄진다면 기억이 단절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정 교수는 이와 관련 재일 4·3추도행사를 주도해왔던 고이삼씨 등 관련자들과의 인터뷰 자료를 바탕으로 △재일한국인 역사 속에서 제주 4·3사건의 의미를 제대로 평가하고 △한국이나 제주도와는 다른, 일본에서 밖에 할 수 없는 ‘재일 추도식’ 모색 등을 제안했다.

이들 방안으로 현재 4·3의 진실을 밝히고 그 기억을 재일3~4세대에 남기기 위해 진행 중인 중학생 눈높이에 맞춘 제주 4·3 텍스트 구성 사업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제주4·3평재단 주최·㈔제주4·3연구소 주관의 이번 행사에서는 재일제주도 출신자 생활사 조사팀의 활동과 과제·4·3 경험에 대한 여성구술사적 접근 등을 주제로 다양한 논의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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