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라도서관에서 작가아카데미 강좌인 '나만의 글쓰기' 프로그램이 진지하게 진행 중이다. '진지하게'라고 표현한 것은 수강생들의 놀라운 글쓰기 실력 때문이다. 그들의 실력은 솔직함에서 묻어나온다. 글을 쓰는 일이 전업이 되어버린 사람들도 결국 솔직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 '글쓰기'라는 것을 진심으로 깨닫게 되는데 많은 세월이 걸린다. 그런데 한라도서관에 찾아오는 수강생들은 이미 '나는 누구인가'라는 주제에서부터 자신들의 치부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 부러웠다. 나는 여전히 나의 치부를 드러낼 줄 모른다. 그리고 놀라웠다. 나는 여전히 솔직한 글을 써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국가인권위원회 침해조사과에서 조사관이 제주도로 내려와 진정을 냈던 사건에 대해 조사를 하기 시작했다. 아직 조사 과정이라 솔직한 내막을 밝힐 수 없다. 조만간 제주도청의 최종변론을 받아 국가인권위원회는 신중한 심의를 거쳐 그 결과를 드러낼 전망이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나는 역시 그 사건에 대한 솔직한 글을 쓰지 못할 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솔직한 심경을 드러내면 사람들은 생뚱맞은 우려의 시선으로 그 글을 바라본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치 자신의 치부가 드러나는 것 같은 묘한 동질감으로 자신의 잣대로 솔직한 글을 판단하기 시작한다. "주장은 이해하나, 너무 타인을 인신공격 하는 거 아냐?" 혹은 "주장은 동감하나, 문제해결방식이 서로 상처 주는 거 아냐?"라는 시선이 사회 각계각층에서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그 주장이라는 것을 십분 이해했다면, 다음의 시선들은 좀처럼 나오기 힘든 부분이다. 이러한 시선들은 거짓라인의 해결방식을 옹호한다. 그리하여 세상은 더 이상 어떠한 변화도 없이 비리인사는 비리인사대로 남게 되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행위는 여전히 온당한 듯 지속된다. 거짓라인의 해결방식은 늘 솔직한 표현을 막아댄다. '거짓라인'은 '착한라인' 혹은 '교육의 라인'이라고도 지칭할 수 있다. 그리고 마치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해결책으로 탈바꿈되기도 한다. 그로 인해 꽤나 설득력 있는 지적이라는 허약한 우군을 얻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허위의식으로는 자유를 지켜내지 못한다. 그리고 약자를 지켜낼 수 없다. 솔직한 글들을 움츠리게 하는 제주사회는 자성해야 한다. 또한 긴장해야 할 때가 왔다. 글을 쓴다는 행위는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행위라는 것을 많은 제주도민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제주사회의 희망은 이제 그들에게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나 역시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해 계속해서 솔직한 글을 쓸 것이다.
(주)컴트루픽쳐스 대표이사 오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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