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오라동 토천 수해상습지 개선사업 수목 무차별 제거
행정 관심 밖 불도저식사업 추진…보호 정책 마인드 개선 필요

   
 
  ▲ 제주시 오라동 토천(정실마을구간) 수해상습지 정비공사 현장에 소나무를 비롯해 수많은 나무들이 잘려나가면서 대부분 나무 그루터기만 남은 상황이다.  
 

하천 정비사업 과정에서 멀쩡한 나무들이 무차별적으로 잘려나가고 있다. 수해를 줄이기 위한 하천 정비사업이 오히려 환경파괴를 조장하고 있는 셈이다. 공익적 가치보다 개발 중심적인 사업 추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환경을 최대한 보호하면서 하천을 정비하는 친환경적인 사업 추진이 요구되고 있다.
 
△멀쩡한 나무 무차별 벌채

제주시 오라동 토천(정실마을구간) 수해상습지 정비공사 현장. 이곳은 사업비 40억3200만원이 투입돼 오는 2012년 6월20일까지 호안 2043m, 교량 2곳이 정비된다.

현장에는 통수단면과 유역면적을 넓히기 위해 공사 구역 내에 있는 수목 제거작업이 한창이다.

하천 바닥은 잘려진 나무들로 가득했다. 현장 곳곳에는 소나무를 비롯해 수많은 나무들이 잘려나가면서 대부분 나무 그루터기만 남은 상황이다. 특히 벌채된 나무 중에는 지름이 60㎝가 넘거나 높이가 15m 이상인 소나무들도 포함, 수목 제거작업이 무차별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제주특별자치도 환경자원연구원에 확인한 결과 공사현장에 있는 소나무들은 소나무 재선충병에 감염되지 않은 멀쩡한 소나무들로 모두 192그루가 제거될 계획이다. 

소나무뿐만 아니라 사업구역에 있는 수령이 오랜 것으로 보이는 나무들도 모두 잘려나간 것으로 파악됐다.

제주시 관계자는 "최대한 나무들을 보호하는 쪽으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현장에서는 환경파괴 행위를 방불케 할 정도였다.  

현장공사 관계자는 "공사 과정에서 수목 제거는 어쩔 수 없지만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무차별 벌채 행정당국 뒷짐만

수해 예방을 위한 하천정비 과정에 멀쩡한 나무들이 무차별적으로 잘려나가고 있지만 행정당국은 무관심, 환경파괴가 가속화되고 있다.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 1998년부터 2009년까지 하천정비 사업에 3773억원이 투입, 191.8㎞ 구간이 정비됐다.

그러나 하천정비 사업으로 얼마나 많은 나무들이 제거됐는지 확인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사업구간에 포함되면 무조건 제거하는 '불도저식' 공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같은 공사는 최근 소나무 집단 고사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연구와 노력에도 역행, 행정의 의식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환경 전문가들은 공사설계부터 수목을 보호할 수 있도록 계획을 수립하는 등 정책 마인드 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제주환경운동연합 이영웅 사무국장은 "하천변은 수목 식생이 특수한 경우가 많다"며 "사업 추진 과정에서 수목 분양 및 이식 등 다양한 방안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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