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포커스> 다시 찾고싶은 제주 만들자 ②쇼핑·음식

수수료 지급따라 매장별 매출 ‘극과 극’…쇼핑도우미 부족
1식 4000~5000원 수준 “남는 것 없다”중국관광객 기피도

제주를 찾는 중국관광객이 급증하면서 도내 상권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쇼핑도우미가 배치되고 중국관광객 전용 판매장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수수료 문제와 저가상품으로 인한 음식선택 제약 등도 여전, 제주관광의 질적 향상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전문>

△자체 면세점화 모색…수수료 장벽 여전

지난 4일 제주시중앙지하상가번영회가 긴급임원회의를 소집했다. 중국인관광객 증가가 몸으로 느껴지면서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제주시중앙지하상가에는 중국어 3명·일본어 1명 등 외국인관광객 쇼핑 도우미가 배치돼 있다. 사전 시간 조율만 되면 이들을 활용할 수 있지만 많은 상인들이 자치단체에서 배부한 '외국인관광객 접객 용어' 팸플릿에 의존하고 있다.

양승석 번영회장은 "개별 점포로는 경쟁력이 없다는 판단에 300여개 점포가 모두 참여하는 것을 전제로 '외국인관광객 면세화'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부 점포들에서는 이미 제주세무서에 '외국인관광객 판매장(TAX REFOUND SHOP)'지정 신청을 마쳤다.

중국인관광객이 늘면서 제주 상권에도 분명히 변화가 생겼다. 중국인관광객이 많이 찾는 중저가 화장품 매장에서는 중국인이나 조선족 출신 직원을 일부러 고용하고 있고, 중국인관광객 전용 판매장도 늘고 있다. 하지만 '수수료'문제로 인한 불편함은 여전하다.

중국인관광객전용판매장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 점주는 "어떤 날은 중국인 관광객 100여명이 우르르 들어와 물건을 싹쓸이하는가 하면 어떤 날은 관광버스는 보이는데 개미 한 마리 안보일 때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수수료를 준 판매장과 유사한 상품을 판매하면서 관광객들 내부에서 가격 등에 대한 불만을 제기되는가 하면 아예 구매를 않는 등 문제가 발생하면서 여행사 측에서 아예 다른 매장을 이용하는 것을 막았기 때문이다.

양 번영회장은 "송객 수수료 등 넘어야 할 문제가 많지만 중국인관광객을 수용하기 위한 자구책은 계속 고민할 계획"이라며 "여행사든 자치단체든 변화를 인지하고 따라줄 거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저가상품 다양한 음식 선택 발목

제주시 지역에서 중국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식당은 20여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음식을 보면 해물전골과 삼계탕, 소갈비, 흑돼지구이, 토종닭 등 한식은 물론 일식과 중식 등 다양하다.

문제는 이처럼 많은 음식 가운데 중국관광객들이 선택할 수 있는 음식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중국인들이 대부분 저가 단체 관광상품으로 제주를 찾다보니 1인당 한끼 식사비용을 4000∼5000원선에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중국관광객들에게 질 높고 다양한 음식을 제공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지적이다.

때문에 중국관광객들이 주로 찾는다고 알려진 도내 음식점조차 단체 중국관광객을 기피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제주시 연동 모 음식점 주인은 "단체 중국관광객을 받으려면 1인당 4000원이나 4500원에 맞춰야 하는데, 남는 게 있겠느냐"며 "지금은 아예 단체 관광객을 받지 않고 개별 관광객만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인근에서 한식당을 하는 음식점 주인도 "직원 구하기도 힘들고 가격도 맞지 않아 중국관광객을 거의 받지 않고 있다"며 "중국관광객들 받다가 적자나면 누가 책임지겠느냐"고 말했다. <고미·김경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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