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취재 2010] 제주의료원에선 무슨일이… (하)시끄러운 병원 평화는 언제쯤

수년간 내부 갈등  곪고 터져…요양병원 대안 '제각각'
병원 현안 공통분모 찾기 노력 절실…도 중재 노력 필요

제주의료원은 그동안 도민들에게 문제가 많은 '시끄러운' 병원으로 인식돼 왔던게 사실이다. 노사간 신뢰가 무너지면서 각종 문제가 부각돼 온데다 만성적인 적자 운영도 한몫을 했다. 제주의료원이 공공 보건 서비스 질을 높이고 경영을 개선하기 위해선 지속적인 의견수렴 등을 통한 내부 의견의 접점을 찾아가는 노력이 관건이다.

△곪아버린 병원 내부

"수년동안 병원 내부가 곪아오다 최근 터지기 시작한 것 같다" 병원 내 간호사들의 말이다. 이처럼 그동안 병원 내부는 갈등으로 곪아왔으며 병원 구성원들의 상처 역시 계속되고 있다.

지난 2002년 제주의료원은 매년 적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누적적자가 120억원으로 연 평균 15억원이라는 만성적 재정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재정적인 문제 뿐만 아니다. 노사관계 역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 3일 제주의료원측이 제주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 신청을 접수하면서 노사갈등은 현재 극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다.

의료연대 제주지역본부는 성명을 통해 "쟁의조정신청이 노사간 단체교섭이 결렬될 경우 노조가 쟁의행위(파업)을 하기 위해 사전 법적절차로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사용자가 먼저 교섭결렬을 선언하고 쟁의조정신청을 한 것은 '파업을 하라'고 부추기는 꼴"이라고 반발했다.

△요양병원 전환 동상이몽

지난 1월 지방의료원 경영개선을 위한 용역 결과를 보면 제주의료원의 경우, 요양병원 전환 등 의료원의 명확한 기능 설정이 필요하다고 제시됐다. 용역에서는 요양병원으로 전환된 경우, 2억4700만원∼6억6500만원의 추가 수익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단순히 수익 창출만을 위한 요양병원 전환이 아닌 '수준 높은' 요양병원이 되기 위해선 선결해야할 과제가 산적한 상황이다.

우선, 간호 인력 부분이다. 의료연대측은 일반병원 허가를 받은 제주의료원이 현재 병상수 대비 간호인력을 의미하는 간호등급이 최하위 수준인 6등급이지만 요양병원으로 전환되면 간호등급이 최상위 1등급으로 바뀌면서 신규 인원 채용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간호사들은 "환자수와 업무는 변함없는데 인원이 감축되거나 동결되면 현재의 업무과중은 불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요양병원 전환에 따른 정신 병동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제주의료원측은 정신과 병동을 88병상에서 절반으로 줄이고 남녀 혼성 병동으로 축소할 방침을 밝혔지만 의료연대측은 공공성 훼손 및 환자 관리 위험 등을 내세우며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주의료원 관계자는 "요양병원으로 문패만 바꾸면 연 10억원 이상 이익이 돌아온다. 적자 해소를 위해 요양병원 전환이 시급하다"며 "제기되는 문제들에 대해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접점 찾아야

제주의료원 공공 보건 서비스 강화 및 경영개선 등을 위해선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효과적인 대안과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현재 병원 현안에 대해 노사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접점 찾기'에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제주의료원 관리·감독 기관인 제주도 역시 이같은 사태에 방관하지 말고 함께 대안을 모색, 조직역량을 집중시킬 수 있는 중재 노력도 요구되고 있다.

도 관계자는 "제주의료원 문제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원활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의료원은 오는 11일 오후 병원 경영개선을 위한 요양병원 전환 관련 노·사·정·학·도의회 공동 토론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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