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사고위험 제주바다 대책은 없나 (중)사고 예방 장비 얼마나

관련 사업 실효성 떨어지고 안전 장비 설치는 '남의 일' 취급
체계적인 장비 관리 시스템 구축 및 조업 여건 개선 절실

잇따르는 해양사고는 선박 운용자들의 안전불감증과 더불어 부실한 안전 장비가 문제를 일으키며 일어난다. 선박에는 각종 선박 안전 장비들이 설치돼야 하지만 선박 운용자들의 무관심한 경우가 많다. 해양사고를 줄이기 위해 체계적으로 안전 장비 등을 구축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흡한 안전 장비 설치

해양경찰청 해양사고 통계 자료에 따르면 선박 충돌사고는 지난 2008년 4척에서 지난해 34척으로 급증했으며 올해도 27척으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최근 제주해역에서 선박 충돌 사고 발생이 잦아지고 있지만 안전 장비 등을 미흡한 상황이다.

어선들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어선 위치 발신 장치의 경우, 관계 법령에 의해 낚시객 13명이 타는 낚시어선은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규정됐다. 이에따라 행정시에서도 올해 사업비 5900만원을 투입해 제주시 13척, 서귀포시 15척을 대상으로 사업이 진행중이다.

그러나 이번 사업은 도내 실정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장비 설치 의무 대상인 낚시객 13명이 탑승하는 선박이 보통 8t 이상 어선이지만 도내 낚시어선(197척)대부분은 3∼6t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선주와 선장들의 해양사고를 '남의 일'로 여기면서 안전장비 구축에 무관심한 부분도 안전 장비 구축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소형선박에 주로 정착되는 레이더 반사기는 레이더 응답을 강하게 증폭, 대형 선박의 레이더가 소형선박을 확인, 충돌을 예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치다.

대당 가격이 20만원 안팎으로 다른 선박 안전 장치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그동안 어민들의 외면을 받으면서 지난해 11월까지만 하더라도 설치율 12.5% 수준에 그쳤다. 다행히 30t 미만의 FRP(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선박 및 목제 선박의 설치가 의무화되면서 그나마 최근 설치율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구명동의 착용도 미흡하긴 마찬가지다. 지난 2008년 낚시어선 구명동의 미착용 적발 건수는 2건에서 지난해 10건으로 급증하기도 했다.

△점검·관리 시스템 필요

선박 안전 장비는 단순 설치보다 관리와 운용이 중요한 만큼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안전 장비가 고장나더라도 어민들이 비용 등의 이유로 수리하지 않는 경우도 많아 관련 사고 위험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어민들의 안전 의식 함양 및 조업 여건 개선 노력도 요구되고 있다.

어민들은 지속적으로 어민 안전교육이 이뤄지고 있지만 매번 비슷한 내용들로 구성되면서 실효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조업 여건을 개선, 선박 종사자들의 피로도를 낮춰 사고를 줄여야 한다는 주문도 나오고 있다.  

도내 한 선박 전문가는 "선박 안전 장비를 구축하고 관리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은 기본"이라며 "조업 여건을 개선시키는 것도 사고를 예방하는 중요한 방법 중 하나다. 무리한 조업을 개선, 어민들의 피로도를 낮출 수 있도록 자동화 설비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동은 기자 kde@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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