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무형문화재 30주년·고 안사인 심방 20주기·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1년 씁쓸
기념행사 고사하고 당 보수·안내판 수정 등 차일피일…'이러다 사라질라' 걱정만

   
 
  ▲ 칠머리당굿 초대 기능보유자이자 인간문화재로 칠머리당영등굿보조노히 1대 회장이었던 고 안사안 심방. /사진=칠머리당영등굿보존회 제공  
 
1980년 11월 17일 당시 제주도는 큰 선물 두 개를 얻었다. 다름 아닌 '탕건장'과 '제주칠머리당굿'의 국가 지정 중요 무형문화재 지정이다. 제주에서는 처음 국가 차원의 무형문화재 인증을 받은지 30년. 지난 17일 제주시 칠머리당영등굿 전수회관은 가뜩이나 뚝 떨어진 수은주만큼 을씨년한 분위기가 가득했다.

지난해 10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되면서 도가 나서 세계자연유산과 세계무형유산을 보유하게 됐다고 흥분했던 분위기와는 영 딴판이다.

국가 지정 중요 무형문화재 지정 30주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등재 1년, 거기에 칠머리당굿 초대 기능보유자이자 인간문화재로 칠머리당영등굿 보존회 1대 회장인 안사인 심방의 20주기까지, 그 의미가 큰 해라는 느낌은 어디에서도 찾아 보기 어려웠다.

특히 올 한해 제주 전체가 생물권보전지역과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등 '세계자연유산 3관왕'에 한껏 고무되면서 상대적으로 서운한 기분은 배가 됐다.

어렵게 전수회관에서 만난 2대 회장이자 현 기능 보유자인 김윤수 심방(64)은 서운한 마음에 눈물까지 비췄다.

김 심방은 "올 초 칠머리당 보수 계획이 나오는가 했더니 지방 선거 후 아무런 얘기도 들을 수 없는 데다 겨우 하나 있는 입간판에는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이란 표기조차 없는 상황"이라며 "국가 지정이라고 해도 칠머리당 영등굿은 제주의 대표 무속 문화"라고 말했다.

제주 문화 특성 상 자연만 놓고 전부를 얘기할 수 없는 만큼 '1만 8000신'과 그와 자연·사람을 연결하는 무속 문화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런 안타까움은 '계승'에 대한 조바심으로 이어진다. 김 심방은 1990년 초대 안사인 심방 사후 전수자로 자리를 이었지만 기능보유자가 되기까지 6년여의 시간이 걸렸다.

김 신방은 "현재 전수조교가 2명 있기는 하지만 누구에게 뒤를 맡길지 정하지 고민스러운 상태"라며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 누가 사명감을 가지고 자리를 잇겠냐"고 반문했다.

특히 "대표목록 등재 이후 타지역이나 외국에서의 관심이 더 높아지고 있지만 제대로 보여줄 것도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지에 대한 답도 못 찾고 있다"며 "이러다 여기서 멈추고 사라지지 않을까 두렵다"고 털어놨다. 고 미 기자 popmee@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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