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란(27, 고양시청)에게 2010년은 유난히 힘겨운 해였다. 출발부터 좋지 않았다. 지난 1월 장미란은 경미한 교통사고를 당했다. 빙판에 미끄러진 뒷 차가 장미란이 타고 있던 승용차를 받았다. 큰 부상은 없었다. 그러나 교통사고 후유증이 그렇듯이, 며칠 지나자 뒷목부터 허리까지 통증이 왔다. 불편함은 계속됐고 장미란은 동계 전지훈련을 아예 건너뛰어야 했다.

교통사고 여파 때문인지 허리디스크도 재발했다. 장미란은 2007년부터 허리 디스크로 고생해왔으나 꾸준한 보강훈련으로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09년 세계선수권에서는 큰 문제없이 잘 넘겼다. 그러나 올해는 유난히 허리가 속을 썩였다. 재활치료와 훈련이 동시에 이루졌다. 몸 상태가 안좋을 때는 아예 훈련을 접어두고 재활에만 매달렸다. 더욱이 1983년생인 장미란은 여자 역도 선수로는 환갑을 지난 스물여덟이었다. 예전처럼 회복이 빠를 수는 없었다.

지난 9월에 치러진 2010 세계선수권에서도 몸상태를 80% 수준 밖에 끌어올리지 못했다. 결국 장미란은 자신의 세계기록 326kg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309kg을 드는데 그치며 대회 5연패에 실패했다.

여자 역도대표팀의 김기웅 감독은 "선수들마다 안좋은 해가 있기 마련인데 장미란에게 올해가 그 해인 것 같다"면서 "세계선수권 때 80% 정도였다면 현재는 90% 정도까지 몸상태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100%는 아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또 "훈련 기록도 305kg 정도 밖에 안나왔다"면서 "일단 오늘은 기록 경신에 신경쓰지 않고 멍수핑을 이기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따라서 경기를 앞둔 장미란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플랫폼에 오르기 직전까지도 몸을 풀며 초조함을 이겨냈다. 그러나 역시 실전에 강했다. 장미란은 19일 동관 체육관에서 열린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최중량급(+75kg)에서 금빛 바벨을 번쩍 들어올리며 힘들었던 시간들을 훌훌 날려버렸다.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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