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펜싱의 간판스타인 남현희(29·성남시청)의 '금빛 찌르기'가 또 한번 아시아를 호령했다.

남현희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여자 플뢰레 개인전 2연패를 달성했다. 펜싱은 남자 사브르에서도 우승을 차지해 이틀동안 금메달 4개를 수확하는 값진 성과를 이뤄냈다.

남현희는 19일 광저우 광다체육관에서 벌어진 여자 플뢰레 개인전 결승에서 중국의 천진옌을 15-3으로 완파하고 정상에 등극했다. 4년 전 도하 대회에서 여자 플뢰레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우승, 2관왕에 올랐던 남현희는 이로써 두 대회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거는 감격을 누렸다.

사실상 여자 플뢰레는 한국 선수끼리의 대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남현희의 가장 큰 호적수는 준결승에서 만난 전희숙(26·서울시청). 남현희는 접전 끝에 15-14로 승리해 결승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경기 막판 10-13으로 뒤지다가 막판 뒷심을 발휘해 승부를 뒤집는 저력을 보여줬다.

남현희는 이번 우승으로 자신이 아시아 최고의 여성 검객임을 재확인시켰다.

2005년 말 쌍꺼풀 성형수술 파문으로 홍역을 치렀던 남현희는 마음을 다잡고 무서운 성장세를 그려왔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정상에 섰고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는 여자 플뢰레 지존으로 불리는 발렌티나 베잘리(이탈리아)와 접전을 펼친 끝에 여자 펜싱 사상 첫 은메달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지난 5월에는 건강 악화로 인해 갑자기 간수치가 크게 오르는 악재를 맞았다. 지난 2008년 말에 겪었던 고통이 재발한 것이다. 그렇다고 올해 가장 큰 목표인 아시안게임 우승에 올인하며 휴식을 취할 수만도 없었다. 한번 떨어지면 다시 올리기가 쉽지 않은 랭킹 포인트를 쌓기 위해 꾸준히 국제대회에 출전해야 했다. 모든 것을 이겨낸 그녀의 투혼은 광저우에서 또 한번 찬란하게 빛났다.

한편, 앞서 열린 남자 사브르 결승에서는 신예 구본길(21·동의대)이 첫 출전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구본길은 준결승에서 남자 펜싱의 간판스타 오은석(27·국민체육진흥공단)을 15-13으로 누르고 결승에 올랐다. 오은석은 지난 7월 아시아 남자선수로는 최초로 세계랭킹 1위에 올랐던 선수로 그동안 남자 펜싱을 이끌어왔던 주역이다. 결승 진출만으로도 새로운 스타의 탄생을 의미했다.

세계 최정상급의 선배를 제압한 구본길의 상승세는 거침없었다. 결승에서 홈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등에 업은 중만(중국)을 15-13으로 제압하고 우승 감격을 누렸다.

여자 플뢰레 전희숙과 남자 사브르 오은석은 준결승에서 나란히 고배를 마셨지만 값진 동메달을 수확해 한국 펜싱의 위상을 널리 알렸다.  <노컷뉴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