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의 주인공들 많아 '이변' 연속, 독주에 대한 견제 이뤄져

원빈도, 강동원도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 올 청룡의 주인공은 의외의 인물이 많았다. 원빈, 송새벽, 이창동 감독, 장철수 감독 등 각종 영화제에서 독주를 계속했던 이들의 얼굴도 모두 새롭게 바뀌었다.

또 올해 최고 흥행작 '아저씨'는 다른 시상식과 달리 기술상 단 한개 부문만을 수상하는 '굴욕'을 맛봤다. 특히 무엇보다 올 청룡의 특징은 어느 한 작품의 독식 현상이 없었다는 점이다.

먼저 올 청룡의 가장 큰 이변은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이끼'의 정재영. 올해 평단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아저씨' 원빈과 '의형제' 강동원의 양강 대결로 진행됐던 남우주연상 부문에서 정재영이 청룡을 품에 안았다. 정재영은 '이끼'에서 천용덕 역을 맡아 30대 젊은 시절 모습에서부터 60대 백발의 노인까지 폭넓은 나이대를 연기하며 강한 카리스마를 선보였다.

정재영은 "후보자 영상을 보는데 저 할아버지가 누군가란 생각을 잠시 했다. 그런데 진짜 미리 안 알려준다"며 "'이끼'를 함께 했던 모든 배우들과 영광을 같이 나누겠다"고 벅찬 소감을 전했다. 이어 그는 "장진 분장실장님이 정말 고생 많이 했는데 감사 드린다"며 "영화를 하면서 인간의 간이 얼만큼 버틸 수 있는지 술로 실험해주신 강우석 감독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여우주연상 부문도 이변이다. '시'의 윤정희 이름이 발표될때만해도 고개가 끄덕여졌지만 곧바로 공동 수상자로 '심야의 FM' 수애의 이름이 호명돼 이변을 탄생시켰다. 영화 시상식에서 가장 화려한 여우주연상에 윤정희와 수애가 공동 수상한 것.

생애 처음으로 스릴러 장르에 도전해 강한 인상을 남긴 수애는 "정말 믿기지 않고, 너무 떨린다"며 "옆에 계신 (윤정희) 선생님처럼 오래오래 좋은 배우로 남고 싶다"고 짧은 소감을 전했다.

이창동 감독의 보이콧으로 영화 '시' 팀 중에선 홀로 청룡을 찾은 윤정희는 "해외에서도 '시'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다 참석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영화제에서 초청하고 있다"며 "아름다운 영화, 훌륭한 영화에 참석할 수 있게 해준 이창동 감독님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창동 감독의 보이콧, '의형제'와 '시라노'에 영광

이창동 감독의 '시'는 올해 열린 영화제의 주요 부문 수상을 독차지했다. 칸 영화제부터 이어져오던 각본상을 비롯해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등 거의 독식해 왔다. 하지만 이창동 감독과 '시' 제작사 측은 직간접적으로 청룡영화상 불참 의사와 함께 보이콧해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윤정희를 제외하고 모든 후보에서 제외됐다. 이로 인해 다른 작품들의 치열하면서도 김빠지는 각축전이 펼쳐졌다.

'의형제', '이끼', '하녀', '전우치', '아저씨' 등 5편의 작품이 경합을 펼친 최우수작품상은 송강호, 강동원 주연의 '의형제'가 차지했다. 감독상은 '이끼' 강우석 감독이 춘사영화제, 대종상에 이어 다시 한 번 영광을 안았다.

강우석 감독은 "작품이 공개된 후 배우들 칭찬 일변도였는데 배우들은 상을 별로 못받고 저만 받는 것 같다"며 "관객이 적은 영화를 찍었는데 자꾸 상을 준다. 다음 영화는 절대 상 못받는 영화를 찍겠다"고 이색 수상소감을 전했다. 그간 이창동 감독의 독무대였던 각본상에서는 '시라노;연애조작단' 김현석 감독이 영예를 안았다.

연인 옆에선 유해진, 독주 막은 최승현과 김광식 감독 그리고 독주 윤여정

이번 청룡의 '핫이슈'는 유해진과 김혜수. '청룡의 여인' 김혜수가 사회를 보는 앞에서 유해진은 영화 '이끼'로 당당히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유해진은 '연인'을 의식하는 발언으로 객석의 열화와 같은 반응을 이끌어 냈고, 김혜수 역시 진심으로 수상을 축하하며 '연인의 정'을 듬뿍 실어 보냈다.

올 신인상은 '올해의 발견'으로 일컫어지는 송새벽의 독주. 신인 감독상 역시 해외에서 먼저 인정한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장철수 감독 몫이었다. 하지만 이번 청룡에서는 그들의 독주에 제동을 걸었다.

'포화속으로' 최승현과 '내 깡패 같은 애인' 김광식 감독이 각각 신인 남우상과 신인 감독상의 영예를 안았다. 영평상에서 '백야행'으로 신인 여우상을 받았던 이민정은 이번엔 '시라노;연애조작단'으로 신인상 수상을 이어갔다.

반면, 유해진과 함께 '하녀'의 윤여정은 여우조연상 독식을 이어갔다. 윤여정은 "절 뽑아주신 심사위원들이 옳은 결정을 내렸다"며 당당한(?) 수상소감으로 웃음을 전하기도 했다.

제31회 청룡영화상 수상자(작)

작품상-'의형제' / 남우주연상-'이끼' 정재영 / 여우주연상-'시' 윤정희, '심야의 FM' 수애 / 감독상-'이끼' 강우석 감독 / 남우조연상-'이끼' 유해진 / 여우조연상-'하녀' 윤여정 / 신인남우상-'포화속으로' 최승현 / 신인여우상-'시라노;연애조작단' 이민정 / 신인감독상-'내 깡패 같은 애인' 김광식 감독 / 각본상-'시라노;연애조작단' 김현석 감독 / 촬영상-'악마를 보았다' 이모개 / 조명상-'악마를 보았다' 오승철 / 음악상-'악마를 보았다' 모그 / 미술상-'하녀' 이하준 / 기술상-'아저씨' 무술 박정률 / 인기스타상-원빈, 손예진, 최승현, 조여정 / 최다관객상-'아저씨'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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