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곶자왈사람들 공동, 기후변화 현장을 가다] 2.도내 생태계가 바뀐다

   
  ▲ 기후변화로 외래 동·삭뮬아 번식하면서 토종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 지난 5일 방문한 성산일출봉 분화구는 대나무 제거작업 등으로 듬성듬성 대나무가 꺾여나간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열대종 왕우렁이 도내 겨울 환경 완전 적응 상황…연못 곳곳 확인 가능
대나무 일출봉 분화구 전체 40.2% 뒤덮여…다양한 식생 분포 악영향 우려

기후변화로 추정되는 생태계 변화는 이미 도내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일부 동·식물들의 경우, 도내 기후에 완전히 적응하면서 서식처를 확장, 토종 동·식물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 혼인지 연못의 왕우렁이 알  
△생태교란종 왕우렁이

왕우렁이는 남미가 원산지로 지난 1983년 우리나라에 식용으로 도입된 이후 무섭게 서식처를 확장하면서 환경부 지정 1급 생태계교란종으로 분류된다.

도입 당시 열대종으로 우리나라 기후상 월동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최근 도내 곳곳의 하천, 연못에서 왕우렁이가 서식하는 모습을 쉽게 확인할 수 있을 만큼 서식처가 넓어졌다.

   
  ▲ 혼인지 연못에서 채집한 왕우렁이 껍질  
지난 5일 방문한 서귀포시 혼인지 연못에서도 왕우렁이의 서식을 쉽게 관찰할 수 있었다.

연못 수초에는 왕우렁이가 산란한 알들이 곳곳에 붙어있었다. 이는 열대지방에 사는 왕우렁이가 제주의 겨울 환경에도 완전히 적응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또 연못 곳곳에는 왕우렁이 껍질도 다량으로 발견됐다. 연못 곳곳에서 지름이 5㎝ 이상되는 왕우렁이 껍질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5여분만에 왕우렁이 껍질 10여개를 모을 수 있을 정도였다.

현장에 동행한 정상배 생태전문가(전 제주환경운동연합 자연환경위원장)는 "제주도는 다른 지역에 비해 겨울철에도 물이 잘 얼지 않아 왕우렁이가 야생에서 잘 적응한 것으로 보인다"며 "기후 온난화로 겨울철 기온이 상승한다면 서식범위와 개체수는 더욱 확대될 우려가 높다.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대나무 제거작업 모습 (사진제공 제주도)  
△대나무가 점령한 성산일출봉

세계자연유산인 성산일출봉 분화구에 번식하고 있는 대나무(이대) 역시 기후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대나무가 연평균 기온 12도 이상, 강수량 1200㎜, 겨울철 영하 6도 이상에서 주로 번식하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도내 기후는 대나무가 자라기 좋은 조건이라는 분석이다.

대나무는 일출봉 분화구 내측 사면부 등에 분포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지난 2005년 대나무 면적이 3만8679.2㎡로 조사됐지만 올해 현재까지 5만2223㎡로 5년만에 1만3543.8㎡ 늘어난 수치를 보이고 있다. 일출봉 분화구 면적이 12만9774㎡임을 감안하면

   
  ▲ 대나무 제거한 모습(사진제공 제주도)  
40.2%가 대나무로 뒤덮인 셈이다. 

지난 5일 방문한 일출봉 분화구는 지난 10월 대나무 제거작업이 이뤄지면서 듬성듬성 대나무가 깎여나간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제주도에서 지속적으로 대나무 제거작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번식 속도를 막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일출봉이 천연보호구역인 만큼 방목, 개간, 농약 살포 등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대나무 밑둥만 제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대나무 확산은 기존 자생 식물의 서식지를 줄이면서 다양한 식생 분포에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높다.

한라수목원 김대신 연구사는 "대나무는 번식력이 좋고 뿌리로 연결돼 자라기 때문에 군락을 형성한다"며 "다른 식물들의 서식처를 줄이면서 식생 다양성 측면에서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김동은 기자 kde@jemin.com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