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천막이 바람을 막아준다하더라도 제주의 한겨울 칼바람을 막지 못했다. 도내 노동탄압에 반대, 천막농성을 시작할 때부터 이미 예상됐던 일이었지만 시간이 길어질수록 힘들어 지는 것은 말하기 어렵지만 사실이다.

"잠잘때는 입에서 김이 나고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 때문에 잠이나 제대로 자겠어요?"

민주노총의 한 조합원이 감기에 걸린 듯 코를 훌쩍이며 말했다. 야간에도 5∼6명이 생활하는 천막 안은 임시방편으로 전기장판이 설치됐지만 차가운 날씨 탓에 몸은 으슬으슬 거렸다. 현재 조합원 대부분은 감기에 걸리는 등 피로도가 높아진 상황이다.

12일은 민주노총 제주본부 노동탄압 저지 공동투쟁본부가 지난달 23일 천막농성을 시작, 차가운 아스팔트에서 생활한지 20일째되는 날이다.

이들은 그동안 매일 하루 4차례씩 선전전을 전개해 왔다. 이는 우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달라는 노동자들의 울부짖음과 같다. 

그러나 제주도정은 눈과 귀를 막은 듯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노동자들이 지쳐 스스로 쓰러지길 바라는 것처럼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무관심은 상대에게 할 수 있는 최악의 행위 중 하나다.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은 관계의 포기 선언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상대방에게 자신의 목소리가 전달되지 않고 있음을 깨닫게 되면 더욱 큰 목소리와 행동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그것이 때로는 극단적인 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제주의 한겨울 칼바람보다 무관심이 더 두려운 이유다.  김동은 기자 kde@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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