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택(제주대 건축학부 강사·문화도시공동체 쿠키(갤러리하루) 대표)

오랜만에 조용한 카페에 앉아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에게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요? 이렇게 질문을 드리면 쉽게 대답할 수 있는 분들이 많지 않으십니다. 한참 고민해서 나온 대답은 가족, 친구, 연인이 대다수를 차지하게 되지요. 그렇다면 가족, 친구, 연인이 소중한 이유는 뭘까요? 저는 사랑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사랑하는 만큼 가족, 친구, 연인이 저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멈추고 잠시 카페의 창 밖을 쳐다보니 잿빛 겨울하늘과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황금빛으로 변한 잔디, 세월이 묻은 까만 돌담, 나지막히 솟아오른 오름이 보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돌풍이 불고 순간 이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지고 늘 바라보는 이러한 것들이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미 제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어릴 적 풍경, 지금의 풍경을 앞으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깊은 슬픔에 빠지게 됩니다. 늘 우리 곁에 있을 것만 같은 수많은 것들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제 손으로, 우리 손으로 지우고 있다는 생각에 죄책감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우리의 자연, 도시, 마을은 우리를 사랑해서 우리를 그 안에서 놀게 만들고, 사랑하게 만들고, 생활하게 만들었고, 우리는 그 안에서 지낸 시간과 추억을 간직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서로 사랑하며 서로를 존중하며 살아오던 시대를 경험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릅니다. 그런데 이제는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 베풀기만 했던 모든 소중한 존재들이 그 가치를 알지 못하는 자본이라는 괴물이 나타나면서 모든 것이 변했습니다. 어린아이들이 맘껏 뛰놀던 동네 어귀에는 자동차가 무섭게 달리고 있고, 나무들이 아름답게 서 있던 언덕에는 커다란 건물들이 서 있습니다. 이제 우리 주변에는 우리와 함께 서로 사랑하고 서로에게 도움을 주던 가족 같은, 친구 같은, 연인 같은 풍경은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에게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요? 돈보다 권력보다 소중한 것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자연을 생각하고 가족과 함께 하는 행복한 연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문화도시공동체 쿠키(갤러리하루) 대표
제주대 건축학부 강사 이승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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