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목소리에 귀를 닫은 게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이젠 정말 말도 안 나온다"

지난 21일 앞으로 4년(2011~2014년)을 이끌 '제4차 제주특별자치도 여성정책중기계획'공청회에 참석했던 한 여성단체장의 말이 겨울바람처럼 매섭다.

'우는 아기 떡이라도 쥐어줄까' 수차례 의견을 내놨던 까닭일까. 기대에 부풀어 공청회장을 찾았던 사람들 대부분이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조직 개편 때마다 '끼워 맞추기'식으로 전락해버린 여성정책 관련 기능을 일원화해야 한다는 요구는 단순히 '여성'이 아닌 '모두'가 살기 좋은 제주를 만들기 위한 노력에서 출발했다. 지방선거 당시 정책 제안에서부터 이달 초순 진행된 세미나에서도 '여성정책 기능'강화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독립기구화를 위한 대안까지도 '친절하게'설명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터무니가 없었다.

'여성가족정책개발원'이라는 그럴 듯한 포장과 여성정책담당관제 도입 등 입에 발린 내용이 중기 계획에 떡하니 포함됐다.

'공약대로'라는 관용어가 어색할 정도로 관련 예산도 편성되지 않은 채 내년 당장 문을 열고 운영에 들어가는 여성가족정책개발원의 존재도  그렇거니와 3차 계획과의 연속성은커녕 해도 해도 끝이 없을 것 같은 성 구분, 누군가를 위해 만든 '자리'라는 소문에 시작도 전에 지칠 지경이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도공이라도 가마에서 꺼낸 자기 중 미완성품이 보이면 즉석에서 주저 없이 깨버린다. '언제'라는 공허한 메아리 대신 '이제'라는 마침표를 찍을 과감한 결정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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